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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역사 바로세우기

지난 7월4일 세계유산에 등재된 백제문화 역사유적지구는 1995년 등재된 석굴암과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이후 우리나라에선 12번째다. 부여의 관북리유적과 부소산성·정림사지·능산리고분, 공주의 공산성과 송산리고분, 익산의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이 대상이다. 백제의 역사는 한·중·일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교류 중심이자 건축과 공예 등 찬란한 문화의 보고다.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고 세계에 알린다면 자긍심을 높이고 지역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 지역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향후 과제는 ‘보존과 활용’이다. 전북도는 이미 인프라확충과 보존, 관광, 홍보 등 4개 분야에 7000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역사유적의 훼손방지와 보존방안, 관광 인프라 구축, 지명도 향상 등이 마련될 것이다. 전북과 충남, 익산, 부여, 공주 등 관련 5개 자치단체가 통합 대응하고 있는 건 다행이다. 벌써 관광객이 두배로 늘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런데 ‘백제 역사유적 하면 부여와 공주’를 떠올리고, 초등학교 교과서엔 부여 공주만 언급돼 있다. 전북으로선는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는 것도 숙제다.

 

또 하나 극복해야 할 과제는 ‘백제 역사 바로세우기’다. 나당연합군에 패한 백제의 역사는 왜곡된 부분이 많다는 게 통설이다. 이를테면 있지도 않은 삼천궁녀, 사리사욕을 채우고 나라를 지킬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표현한 귀족, 정사를 돌보지 않고 방탕생활을 한 것으로 그려진 의자왕, 충성심으로 무장된 계백장군 평가 등이 그런 것들이다.

 

삼국시대를 기록한 역사서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일본서기 등이다. 특히 삼국사기는 유학자이자 정치가였던 김부식이 1145년 왕명을 받아 관리들과 함께 만든 책이다. 국가의식 고취와 신라의 시각에서 편찬된 역사서다. 승자의 입장이 반영될 수 밖에 없다.

 

역사 왜곡은 사료 자체를 기록하는 쪽에 유리하게 만들거나, 기존의 사료를 자기 편한 대로 해석할 때 이뤄진다. 사료 자체가 왜곡되거나 해석이 그릇되면 진실도 왜곡될 수 밖에 없다. 백제 역사가 그런 경우다. 왜곡된 백제역사를 바로잡는 것이야말로 백제 역사유적 앞에 가장 떳떳한 일이 될 것이다. 왜곡 사례 연구는 학자들 사이엔 상당히 진척돼 있다. 전북 충남이 대규모 학술대회를 열어 ‘백제역사 바로세우기’에 나서면 어떨까 싶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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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kjle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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