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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직공장의 변신

일본의 창조도시 가나자와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시민들의 창조성을 실현해내는 <시민예술촌> 이다. 시민예술촌은 원래 방직공장이 모여 있던 공간이다. 가나자와는 한때 섬유산업으로 부흥했다. 그러나 가나자와의 경제력을 주도했던 섬유산업이 사향길에 접어들면서 방직공장도 하나둘 문을 닫게 됐다. 폐허가 된 공장지대가 공동화와 슬럼화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가나자와시가 나섰다. ‘공단부지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고민한 끝에 9만7천㎡에 이르는 대지를 매입하고 시민문화공간 조성 계획을 세웠다. 시민예술촌 조성작업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공장 대부분은 해체됐으나 활용할만한 창고는 구조 변경을 거쳐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시민예술촌은 개관 초기부터 시민들의 관심을 모았다. 시민예술촌이 내세운 ‘누구든, 언제든지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적중했다.

 

드라마공방, 뮤직공방, 아트공방 그리고 다용도 시설까지 갖추고 있는 이곳에는 연극, 무용,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들어서있다.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누릴 수 있는 취미활동으로 사용하지만 각 분야마다 특성에 맞는 첨단 시설을 갖추어 발표무대로도 손색이 없다. 쉬는 날 없이 24시간 개방하고 있는 것이나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는 저렴한 사용료도 특징이다.

 

시민예술촌에는 <직인대학> 도 있다. 석공(石工), 와(瓦), 조원(造園), 판금(板金), 표구(表具) 등 9개 본과와 본과 3년 과정 수료자들이 다니는 수리전공과를 운영하는 가나자와 직인대학은 고도의 수준 높은 건축기법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으로 이미 이름이 높다. ‘전통 양식의 건축물에 대한 올바른 이해 없이는 전통을 지켜낼 수 없다’는 일본인들의 강한 집념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연수생들은 관련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이 대부분인데 수리전공과에서는 국가나 현 또는 시 지정 문화재를 맡아 직접 수리할 수 있는 ‘문화재 건조물 기술’을 가르친다. 일본 전역에서 연수생들이 몰려오는 이유다. 시민예술촌으로, 전문가양성기관으로 변신한 옛 방직공장의 모습은 놀랍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전주시 효자동의 ‘대한방직’부지 매각이 이슈다. 수년 동안 묶어놓았던 땅의 용도가 궁금하던 차인데 어느새 매각 우선협상자를 선정했단다. 들여다보니 우선협상자나 차순위협상자 모두 아파트 건설업체다. 갈 길이 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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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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