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란은 시리아 북부 코바니 출신으로 IS(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와 쿠르드족 민병대의 치열한 전쟁을 피해 올해 초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아일란 가족은 캐나다 벤쿠버로 이민을 간 고모를 후견인으로 내세워 캐나다로 이민을 가려고 이민신청을 냈지만 거부당하자 소형 보트를 타고 그리스 코스 섬으로 가다 거센 파도에 배가 뒤집히고 말았다. 당시 소형 보트 2척에 23명이 탔지만 어린이 5명을 포함해 12명이 사망했다. 아일란이 발견된 해변 인근에서 두 살 위인 형 갈립과 엄마도 함께 시신으로 발견돼 아버지만 살아남고 나머지 가족이 모두 숨진 것이다.
결국 아일란 쿠르디의 죽음으로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철문을 열고 시리아 난민 수용을 허용했다. 또 독일과 프랑스는 EU 회원국에 16만 명의 시리아 난민을 의무적으로 분산 수용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EU 역시 내무장관 회의를 열어 난민 공동대책을 마련하기로 했고 반기문 UN 사무총장도 오는 30일 UN정상회의를 소집해 유엔 본부에서 시리아 난민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 한 장이 베트남전쟁 당시 온몸에 화상을 입고 알몸으로 거리를 달리는 베트남 소녀 킴 푹의 사진처럼 전 세계에 충격과 울림을 전해 주고 있는 것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 등에 따르면 시리아 전체 인구 1795만명 가운데 652만 명이 집을 떠나 떠돌고 있고 국외로 탈출한 난민이 400만 명을 넘는다. 난민들 가운데 지중해 등을 건너다 2800여명이 숨졌다. 문제는 IS의 잔혹행위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난민들의 ‘2차 엑소더스’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시리아에서 사망한 사람만도 25만 명을 넘는다.
우리나라도 1994년 난민 신청을 받기 시작한 이래 7735명이 난민 심사를 받았다. 이 가운데 522명만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난민 인정비율이 6.7%에 불과하다.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외국인은 지난 7월말까지 876명이다.
우리나라 역시 굶주림과 폭압 통치 등을 피해 입국한 탈북자가 2만7000여명에 달한다. 지구촌 시대에 이들 난민들에게 인도주의 정신과 온정을 통해 ‘아일란의 기적’이 계속 이어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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