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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방망이

전주지법은 지난 18일 장수군 금고 협력사업비를 예산 편성하지 않아 직무유기혐의로 기소된 장재영 전 장수군수와 김모 전 군수 비서실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장수군금고 협력사업비 6억원이 예산에 편성되지 않았고, 그렇게 고삐 풀린 채 방치된 돈 가운데 무려 3억2000만원을 비서실장 김씨가 빼돌린 사실이 드러나 한바탕 소동이 일었던 것을 생각하면 허탈하기 짝이 없는 판결이다. 물론 1심 판결일 뿐이고, 최종 판결이 남아 있다.

 

이날 1심 판사는 “2009년에 제정된 이 사건 예규의 해석상 피고인들이 협력사업비를 예산에 편성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들이 의식적으로 직무수행 의무를 저버린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무죄선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의문이 생긴다. 재판부의 판단대로 피고인들이 협력사업비를 예산에 편성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인정해도, 그래서 의식적으로 직무수행 의무를 저버린 것이 아니라고 판단되더라도, 문제 공금이 범죄자 호주머니에 들어가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조치는 취했어야 맞다. 협력사업비를 빼돌린 장본인이 범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전에 협력사업비를 허술하게 방치했다는 의심은 어떻게 할 것인가. 사건 피고인 중 한사람인 김 전 실장이 협력사업비를 빼돌린 범인임을 간과한 채 직무유기 부분만을 판단한 것은 문제 있다.

 

그런데 재판부는 이 직무유기 사건과 별도로 2010년 10월부터 2014년 1월까지 모두 6회에 걸쳐 장수군금고 협력사업비 3억2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김전 비서실장에 대해 징역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협력사업비를 지역 문화와 체육행사 등에 쓴 것처럼 공문서를 꾸미 등 수법을 사용했다.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

 

자치단체의 비서실장은 마치 본인이 단체장인 것처럼 호가호위한다는 비판을 받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얻는 이익이 엄청 큰 만큼 비서실장의 범죄에 대한 단죄도 엄중해야 마땅하다. 군수처럼 군림하는 고위공무원이 공문서를 허위로 꾸미고, 이를 행사해 공금 3억2000만원을 가로챈 사건인데, 재판부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아무리 의견과 판단이 다르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라고 하지만, 이런 솜방망이 처벌은 사회 눈높이가 아니다. 어쨌든 재판부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 그게 법이다. 검찰의 적극 대응, 항소심과 대법원의 엄정한 판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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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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