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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천년의 역사

고교시절 계백정신을 강조하던 역사 선생님의 말씀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알다시피 계백 장군은 5000명의 결사대를 이끌고 5만 대군의 나당 연합군에 맞서 싸우다 황산벌에서 장렬히 산화한 백제의 용장이었다. 자신의 아내와 자식들의 목을 베고 전쟁터로 나가 백제와 운명을 같이 했다. 그런 그가 적국의 화랑 관창을 생포하고 몇 번이나 돌려보냈다. 아들의 목숨을 본인이 직접 거둘 정도로 절박했던 상황에서 적의 아들을 살려 보내는 그 넓은 아량과 인간애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역사교과서는 관창의 충효정신과 투철한 화랑정신을 더 부각시키고 있다. 계백정신이라는 용어가 교과서에 있는지조차 기억에 희미하다. 승자의 역사 앞에 패장의 인간애는 한없이 초라하다.

 

부끄러운 역사도 역사다. 승리의 역사를 통해 국민적 자긍심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실패의 역사에서 더 많은 교훈과 미래를 찾을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역사교과서의 국정화가 화랑정신만 부추기는 국가주의로 흐를 것을 학계는 염려한다.

 

며칠 전 전북도의회와 전북발전연구원이 ‘전라도 천년 역사’를 주제로 세미나를 가졌다. 고려 때인 1,018년 ‘전라도’ 명칭이 처음 사용됐고, 오는 2018년이면 1000년이 되는 해임을 대내외적으로 알리고, 이를 기념하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됐다. ‘개도천년’ 지역은 전라도가 가장 먼저며, 그 뒤를 이은 ‘경상도’는 300년이나 이후에 이뤄졌다. 전라도에 대한 소외와 편견이 우리 사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국민인식 전환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1994년 ‘정도(定都) 600년’을 맞아 1992년부터 서울뿌리찾기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친 서울시의 사례도 참고가 될 법하다.

 

개도 천년의 국가기념식 개최·천년 역사바로세우기·천년 전라도 특별방문의해 개최·문화예술로 맞는 개도 천년·전라 그랜드 디자인 프로젝트와 같은 프로젝트들이 이날 세미나에서 제시됐다. 여러 측면에서 좋은 아이디어들이며, 그 중 일부라도 현실화 될 수 있게 지혜를 모았으면 좋겠다. 더불어 역사교과서의 국정화가 안고 있는 문제처럼 미화 일변도의 지역주의로 가는 것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전라도에 대한 사회적 편견만으로 치부하지 말고 내부의 치열한 반성이 있을 때 ‘전라도 1000년’이 더 큰 힘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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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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