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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브 프로젝트

‘테드 포럼’은 세계 최대의 지식향연장이다. 1984년 시작된 ‘테드’는 기술·교육·정치·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연사들이 나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미래를 말하는 장으로 진행되고 있다. 테드에 초대를 받은 연사들이 강연한 내용이 1500개 이상 인터넷을 통해 공개돼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테드가 이렇게 주목을 받게 된 배경에는 ‘18분의 법칙’이 있다. 난이도나 유명도에 관계없이 모든 강연이 18분의 짧은 시간에 이뤄진다. 테드는 청중의 집중도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의 최대치를 18분으로 본 것이다.

 

지난 25일 막을 내린 국제무형유상영상페스티벌에서 임팩트를 주기 위해 시간제한을 둔 ‘테드’와 같은 형식의 ‘아이브(IVE) 프로젝트’가 선보였다. ‘아이브(IVE, Intangible Video Essay)’는 ‘무형의 비디오 에세이’다. 페스티벌 집행위원회는 초대 작가에게 5분 이내의 짧은 영상에세이를 만들 것을 주문했다. 이 영상들을 매년 차곡차곡 쌓아 가면 값진 무형의 백과사전이 될 것이란 게 집행위의 기획 취지다.

 

올 첫 시도된 아이브 프로젝트에는 영화 ‘만신’의 박찬경 감독이 초대됐다. 박 감독은 ‘천상열차분야지도’(돌에 새긴 별자리)를 소재로 별과 우주의 이야기를 담았다. 조선시대 천문도와 경북 보현산의 천문대 풍경을 기본으로 검은 갓, 별, 옛 사진, 전남 해남에서 채록한 자장가 민요 등을 5분짜리 영상 에세이로 엮었다. 개막식에서 선보인 이 작품이 관람객들에게 얼마만큼 감동의 여운을 남겼는지 알 수 없지만, 이 페스티벌의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일단 주목을 받았다.

 

사실 무형유산이 대중의 관심을 받기란 쉽지 않다. 문화재로 보존하는 것도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무형의 유산들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다.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영상페스티벌을 마련하는 이벤트 역시 친숙한 영상매체를 활용해 무형유산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한 작업이다. 올 페스티벌에서 20개국 30여 편의 영화 상영과 전시·미디어 공연, 세계 석학들의 강연, 국제학술대회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으나 대중적 관심을 크게 끌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 갓 출발한 무형유산을 소재로 한 영상페스티벌이 전주의 또 다른 문화자산이 될 수 있게 ‘아이브 프로젝트’가 그 앞에 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페스티벌에서 작은 부분이 전체를 아우를 수 있다. 이제 시작이다.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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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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