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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사회적 자본

영국에 국제적인 씽크탱크로 공인 받는 연구소가 있다. 레가툼연구소(Legatum Institute)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활성화를 연구하는 이 연구소가 일반인들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세계 각 나라를 대상으로 순위를 매겨 발표하는 ‘레가툼 세계번영지수’ 덕분이다. 레가툼연구소는 지난 2007년 ‘세계번영지수’를 개발해냈다. 세계번영지수란 국가의 물질적 부와 국민들의 삶의 만족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얼마나 살기 좋은 나라인지를 측정하는 지표를 말한다. 지표는 경제, 기업가 정신, 국가 경영과 통치능력, 교육, 개인 자유, 보건, 안전과 안보, 사회적 자본 등 8개 분야의 점수가 바탕이 된다.

 

지난 2일 레가툼연구소가 ‘2015 세계 번영 지수’를 발표했다. 이 지수는 곧 살기좋은나라 순위를 이른다. 한국은 28위다. 세계 142개국이 조사 대상이었으니 상위권에 속하지만, 지난해보다 3단계 낮아진 순위다. 2009년 첫 조사에서 29위에 오른 이후 2011년 조사에서 24위를 얻지만 계속 하락하는 형국이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17위로 가장 높고 일본 19위, 홍콩 20위, 대만 21위 순이다. 분야별 지표를 보면 안전 안보 분야와 경제 분야에서는 17위로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개인 자유분야는 66위, 사회적 자본 분야는 85위에 그쳤다.

 

주목되는 것이 있다. 한국의 사회적 자본 순위다. 사회적 자본은 ‘사회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공동 목표를 효율적으로 추구할 수 있게 하는, 사람들 사이의 협력을 가능케 하는 구성원들의 공유된 제도, 규범, 네트워크, 신뢰 등 일체의 사회적 자산’을 이른다.

 

사회적 자본은 물질적 자본, 인적자본과 함께 경제성장을 가져오는 중요한 요소다. 사회적 자본을 잘 갖춘 나라일수록 국민간의 신뢰가 높고 이를 보장하는 법제도의 장치도 잘 구축되어 있기 마련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거래비용이 적고 효율성이 높아져 생산성이 올라가고 국민소득은 높아지게 된다.

 

사회적 자본을 측정하는 핵심 지표는 신뢰다. 사회적 자본 순위가 낮다는 것은 사회적 신뢰가 그만큼 낮고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사회적 자본 순위는 안타깝게도 85위, 하위권이다. 우리 사회의 불신의 벽이 그만큼 높다는 증거다.

 

올해 연속 7년째 살기 좋은 나라 1위로 꼽힌 노르웨이나 상위권 나라들은 사회적 자본과 개인의 자유 분야 지표가 특히 높다. ‘살기 좋은 나라’로 가는 길이 우리에게 멀게만 보이는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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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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