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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강인한 공작새'

미얀마 국민들의 민주화 열망은 뜨거웠다. 25년 만에 치러진 미얀마 첫 자유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이 압승을 거두면서 미얀마의 53년 군부독재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1990년, NLD가 총선에서 압승했지만 군부가 선거에 정권을 넘겨주지 않은 선례가 있는데다 군부가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여러 가지 견고한 장치들을 보면 미얀마의 민주화 길은 여전히 멀게 보이지만, 평화적인 정권교체의 물꼬가 트였다니 미얀마가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미얀마는 60년대 초반만 해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잘살았던 나라다. 땅도 넓고 자원도 많다. 그러나 53년 전 네윈과 군부세력이 쿠데타로 국가를 장악하면서 미얀마는 길을 잃었다. 종교분쟁으로 종족 간 갈등은 심화되었으며 군부의 극단적인 폐쇄정책으로 국가경제가 파탄나면서 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되었다.

 

돌아보면 미얀마의 민주화 역정은 험난했다.

 

1988년 3월 불처럼 타오른 학생들의 시위 ‘양곤의 봄’이 민주화의 불을 당겼지만 군부의 무자비한 유혈진압으로 수천 명이 희생됐다. 아웅산 수치가 민주화 투쟁의 길로 들어선 것도 이 참상을 마주하고부터였다. 미얀마 군부는 1989년 아웅산 수치를 가택연금하고 15년 동안 자유를 앗아갔다. 그러나 그를 따르는 국민들의 민주화 열망은 더 강해졌다. 민족지도자의 상징이었던 수치가 연금된 상태에서 치러진 총선, NLD가 압승했던 1990년의 선거혁명이 그것을 증명한다. 이후 군부의 독재는 더 극렬해졌지만 미얀마 국민들은 두 번째 선거혁명으로 민주주의를 얻어냈다.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NLD의 상징이 있다. ‘Strong Peacock-강인한 공작새’다. ‘강인한 공작새’는 아웅산 수치를 상징하기도 한다. 선거에서 야당의 압승이 예상되자 민주화를 열망했던 지지자들이 양곤의 NLD 당사 앞에 모였다. 집중호우로 폭우가 쏟아지는 거리에서 이들은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불렀다. ‘강인한 공작새’란 제목의 노래다.

 

“수치는 전 세계가 다 아는 미얀마인의 지도자라네. 이제 독재가 물러갈 수 있도록 우리 미래를 위한 당신의 역사를 써 주오.”

 

당사 앞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수치가 밝게 웃으며 당부했다. “승자든 패자든 결과를 인정하고 상대를 자극하지 말라.”

 

미얀마가 민주주의를 완성시켜가는 길은 평평하게만 보이지 않지만 미얀마의 봄은 희망으로 빛난다. 훌륭한 지도자를 향한 신뢰와 존경의 힘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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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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