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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재생의 딜레마

 

낙후된 옛 도심지역을 살리기 위한 도시재생이 정부와 자치단체 차원에서 적극 추진되면서 다시 활기를 찾고 있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게 드러나고 있다. 구도심이 새롭게 개발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고 상권이 형성됨에 따라 다시 땅값이 오르고 임대료가 급등해 원주민들과 기존 자영업자들이 지역 밖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을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도시 재활성화)이라 하는데 우리 나라 뿐만 아니라 일찍이 영국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겪어왔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영국의 신사 계급을 뜻하는 젠트리(Gentry)에서 유래된 말로 1964년 영국 사회학자 루스 글라스가 노동자 거주지역에 중산층이 이주 해오면서 원주민들이 밀려나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의 경우 전주 한옥마을이 대표적 사례다. 전주시에서 그동안 천억원대 이상 쏟아 부은 한옥마을에 사람들이 몰려오고 상권이 되살아나면서 도시재생의 전국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하지만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초기에 정착했던 문화예술인들과 기존 자영업자들이 설 땅을 잃고 밀려나고 말았다. 이 같은 실상은 비단 전주 한옥마을 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자치단체마다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서울 성동구는 지난 9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조례를 제정했다. 특정 지역을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지정하고 건물주와 임차인 사회적 기업가 문화예술인 등 지역활동가들이 참여하는 주민협의체를 결성했다. 또 건물주와 임차인이 자율상생협약을 맺도록 유도하고 불이행시 벌금을 부과하는 반면 이행시에는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서울시도 지난주 젠트리피케이션 대책으로 ‘2025 서울시 도시재생 전략계획’을 마련했다.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 수립 때 영세 임차상인을 보호 지원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는 Upper West Side(UWS)지역에 소매점 거리를 위한 특별 상업지구를 지정 운영하고 있다. 센트럴파크 서쪽 UWS 지역에 문을 여는 가게들은 업종별로 도로와 인접한 건물 전면 폭을 제한해 대형 매장이나 대자본의 입점을 막고 있다.

 

전주에서도 지난 19일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처음 도시재생포럼 창립대회 및 세미나가 열렸다. 전주 한옥마을의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대책으로 전주시와 상인 시민단체 등이 협의체를 구성하고 프랜차이즈 입점 제한과 문화지구 지정을 통한 전통관련 상점 활성화방안 등을 제안했다. 도시재생의 목적은 공동체 회복과 사람 사는 곳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지나친 상업화와 투기 자본에 휘둘려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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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택 kwon@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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