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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저 계급

 

10년 전부터 우리 사회의 화두는 단연 복지와 양극화 해소다. 광복 후 1980년대까지 성장 드라이브 속에서 숨가쁘게 살아온 한국인들이 삶의 질에 눈을 떴다. 무역규모 1조 달러, 세계 11위 경제 강국, OECD 회원국 등 경제 상황이 좋아지면서 국민들의 눈높이가 부쩍 높아졌다. 해외 관광을 많이 하고, 경제력이 약한 국가를 ‘얕보고’ 어깨에 힘을 주고 으스댄다. 해방 후 미군이 던져주는 초콜릿을 받아먹기 위해 아이들이 미군용차를 쫓아다니던 시절,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오는 소시지 받아다 부대찌개 끓여 먹던 시절은 잊어버린 듯 하다.

 

어쨌든 지난 60여년 동안 한국은 세계경제 성장 흐름을 타고 수출을 많이 해 크게 성장했다. 한국인의 열정과 지혜, 용기와 도전이 이룬 자랑스러운 결과다. 하지만 ‘한강의 기적’이 한국인에게 준 또 하나의 결과는 ‘빈익빈 부익부’ 갈등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자와 빈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갑과 을 등 수많은 양극화가 나라 전체를 멍들이고 있다.

 

경제 정의, 경제 민주화 문제를 놓고 정치권이 다투고 있다. 과거엔 상상 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이 많아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에서 노인들에게 기초노령연금을 주겠다고 공약, 큰 이익을 본 것으로 분석됐다. 야권에서 학생들에 대한 무상급식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 정치권에서는 포퓰리즘 논란이 벌어졌고, 급기야 무상급식 주민 찬반투표를 강행하고 나선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장직에서 물러나는 일도 있었다. 오 전 시장은 지금도 무상급식 반대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충북대 명사초청 강연에서 “복지의 본질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것이다. 돈이 많아 다 나눠주면 좋겠지만 그건 복지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의 재정 형편으로 부자 급식을 하는 건 정치이지 복지가 아니다”고도 했다.

 

과거 가난한 개발도상국에 불과했던 대한민국에서는 경제성장과 민주화가 화두였다. 형설지공, 개천에서 용 난 수많은 사례들은 국민 모두에게 깊은 감동과 큰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요즘 수저 계급론이 회자된다. 부의 대물림을 뜻하는 이 신조어는 “더 이상 개천에서 용 날 일 없다”는 선포처럼 들린다. 머릿 속이 온통 욕심과 아집, 권위와 정복 욕구에 가득찬 대다수 갑들의 사회가 우려스럽다. 돈을 세상의 모든 것으로 아는 사회 개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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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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