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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섬을 만든 기업

나오시마(直島)는 일본 서부의 바다 세토내해(瀨戶內海) 동쪽에 있는 섬이다. 세토내해의 섬들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과 유산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인데,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섬이 나오시마다.

 

인구는 3000명이 조금 넘고, 금속제련과 어업 및 관광이 주산업이다. 섬은 1917년 미쓰비시광업이 금속제련소를 설립하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동양 최대 금 생산지로 꼽혔을 정도였으니 산업 규모나 이 섬의 경제활동 면면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제련산업 공장이 늘어나면서 여기저기 버려진 산업폐기물이 쌓이고 환경폐해가 심각해지자 주민들은 떠나고 섬은 황폐화되었다.

 

철저하게 고립된 이 섬의 폐허가 된 제련소 부지를 사들인 기업이 있었다. 교육관련 도서 출판그룹인 베네세홀딩스다. 아버지 대에 서점으로 창업해 일본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베네세를 키워낸 후쿠다케 소이치로 고문은 1980년대 중반부터 산업폐기물로 뒤덮인 이 섬을 사들여 예술의 옷을 입혔다. 실험적인 도전이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와 작가들을 불러들여 진행한 나오시마아트프로젝트는 놀라운 성과를 가져왔다.

 

자연과 함께 숨 쉬는 아름다운 미술관이 들어서고, 섬 곳곳에 현대미술작가들의 작품이 놓이면서 흉물스러웠던 공간들은 예술 공간으로 변신하고 섬은 생명을 다시 얻었다. 오늘의 나오시마는 그렇게 세계적인 예술의 섬이 되었다. 덕분에 나오시마는 관광의 섬으로 뿐 아니라 재생 모범사례가 되어 도시 문화 정책담당자들의 벤치마킹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예술의 섬 나오시마를 만들어낸 후쿠다케 고문이 서울을 다녀갔다. 책이나 강연을 통해 전해진 그의 기업정신은 이미 정평이 나있지만 그의 인터뷰는 다시 새롭다.

 

“기업의 이윤은 문화에 쓰여야 하고 경제는 문화에 종속되어야 한다. 돈 버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면 행복해질 수 없다.” 이런 기업정신을 실천하는 베네세가 나오시마를 비롯해 세토내해의 섬을 살려내는데 투자한 예산은 자그마치 6500억 원이나 된다. 후쿠다케 회장이 강조한 것이 또 있다. 섬에 가면 일상에 예술을 들여온 주민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들여다보라는 것이다.

 

마침 늦가을의 나오시마를 만났다. 우노항에서 나오시마를 왕복하는 페리호에는 유난히 외국인과 젊은이들이 많았다. 섬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젊은이들의 행렬이 부러웠다. 이윤을 사회에 되돌리는 기업과 섬의 오래된 것들에 생명을 불어넣은 예술가와 주민들이 함께 이루어낸 빛나는 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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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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