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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농촌병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발전해 가는 정치제도다. 하지만 선거문화가 민주적으로 정립되지 않으면 오히려 그 해악이 크다. 지난 91년 중단됐던 지방자치제가 부활하면서 주민자치를 이끌어 갈 대표를 선출했다. 95년에는 도지사 시장 군수 등 단체장까지도 직접 주민들이 뽑았다. 대선 총선 단체장 지방의원 농수축협장 선거에 이르기까지 해마다 선거가 없는 해가 없을 정도로 선거가 일반화 돼버렸다. 유권자들이 가장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치러야 할 선거를 감성으로 치르는 경향이 팽배하다. 지연 혈연 학연 관계로 판단 기준을 삼기 때문이다. 배운 사람이나 못 배운 사람이나 이 같은 잣대를 갖고 대표를 선출하므로 때로는 함량미달의 후보가 대표로 뽑힌 적이 있었다.

 

인구가 3만명을 턱걸이 하는 임실 순창 무주 진안 장수 등은 연고주의 투표행태가 심하다. 후보자들도 지지자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연고주의를 십분 활용한다. 정책과 공약 대결은 미사여구에 불과할 뿐이다. 선거공보 장식용으로 그친다. 사돈네 팔촌의 혈연관계로 묶여야 표를 주는 심리가 있다. 초·중등 학연관계는 빼 놓을 수 없는 주요한 연결고리다. 군청 소재지에서 태어난 후보가 인구가 적은 면에서 출생하는 후보보다 훨씬 유리하다. 소지역주의가 발동하기 때문이다. 장수군은 선거 때마다 남북 대결이 이뤄진다. 사람은 원래 경제 활동을 할 때가 가장 이성적이지 투표할 때는 거의가 감성적으로 흐른다. 요즘에는 후보 외모가 표 모으는데 큰 작용을 한다. 잘 생긴 후보한테 표를 던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남자 성형도 보편화 됐다.

 

문제는 선거를 너무 자주 치르다 보니까 농촌지역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부작용이 많다. 지역별로 편가르기가 계속돼 유권자들이 우군 적군으로 나뉘어 있다. 서로 같은 편이 아니면 말도 안하고 등 돌리고 살 정도다. 선거에서 이긴 편이 모든 것을 독점하는 승자독식주의가 횡행하는 바람에 자칫 낙선자를 지지한 사람은 살기가 고단하고 불편하다. 농촌지역은 군청이 정보와 돈을 쥐고 있어 이긴편이 아닌 사람들은 보이지 않게 차별을 받는다. 읍면별로 유권자가 적다 보니까 누가 누굴 지지했는지 쉽게 안다. 지금 경상도와 전라도의 지역주의도 치유해야 할 과제지만 농촌지역에서의 편가르기가 더 심각하다. 시골 인심이 좋다는 말은 잦은 선거로 옛말이 됐다. 여론조사로 피아를 구분할 정도까지 됐다. 지지 정당이 같은 농촌지역에서는 정당 보다는 연고주의로 결말나기 때문에 민심이 갈기갈기 찢겨 있다. 선거감정을 해결할 방책이 안 나오면 농촌서 살기가 버겁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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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일 baiksi@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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