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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교보문고

교보문고가 다시 전주로 돌아왔다. 2012년 철수한 후 3년 만에 ‘교보문고 전주 바로드림센터’라는 이름으로 지난 10월 말 전주 객사길 옛 자리에 재개장했다. 이번에는 음반·문구·팬시·가방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계열사 ‘핫트렉스’와 함께 왔다. 2006년 전주점 개점 당시 지역 서점들의 필사적인 반대가 있었던 상황을 떠올리면 소리 소문 없이 다시 문을 연 게 신기하다. 교보문고가 갖고 있는 브랜드파워에다 훨씬 진화된 모습으로 다가섰기 때문에 지역 서점들에게 더 치명적일 수 있을 텐데도 말이다. 지역 서점계의 체념이라면 참 슬픈 현실이다.

 

10년 전 처음 교보가 전주로 들어올 당시 지역 서점들이 강하게 반대했던 것과 달리 일반 시민들은 호의적이었다. 대형 서점에서 맘껏 책을 골라보고, 질 높은 서비스와 다양한 문화적 혜택을 누릴 것으로 기대해서다. 전북지역 서점들의 경쟁력 향상에도 자극이 될 것으로 여겨서다. 실제 교보의 전주 입점 후 시민들의 호응이 상당했다. 개점 얼마 안 돼 3만명에 육박하는 회원을 확보했으며, 젊은 층의 약속장소가 될 만큼 명소가 됐다. 그러나 교보 입점 후 인근 민중서관과 대한문고 등 지역의 대표 서점들이 문을 닫았다. 온라인 서점의 영향 등 다른 요인이 함께 작용했지만 토박이 서점을 잃게 된 것은 지역 문화자산의 큰 손실이었다.

 

그런 태풍을 몰고 왔던 교보문고가 7년 만에 철수한 것을 보면 그 스스로도 별 재미를 본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교보문고에서 왜 하필 전주를 지역의 주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을까. 교보문고는 수도권을 제외하고 전주를 포함해 전국에 5개점을 갖고 있으며, 전북대를 포함해 전국 7개 대학에서 구내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적인 도시 규모로 볼 때 결코 매력적인 곳이라고 할 수 없는 전주에 2개 점포나 갖는 배경이 궁금해진다. 지역의 대표서점이 없어 만만한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면 이 또한 지역사회가 슬퍼해야 할 일이다.

 

전주의 대표서점인 홍지서림이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1963년 문을 연 홍지서림은 81년 설립된 교보보다 20년 가까이 더 오래된 연륜을 자랑한다. 교보의 전주 진출 후 홍지는 서신·송천·아중·효자점을 잇따라 개설하며 생존을 위해 몸부림을 하고 있다. 교보의 전주 재입점을 계기로 토박이 서점에 대한 지역민들의 응원이 더 필요할 때다. 교보 또한 지역문화의 자산이지만, 토박이 서점과 비할 바가 아니다.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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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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