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처음 교보가 전주로 들어올 당시 지역 서점들이 강하게 반대했던 것과 달리 일반 시민들은 호의적이었다. 대형 서점에서 맘껏 책을 골라보고, 질 높은 서비스와 다양한 문화적 혜택을 누릴 것으로 기대해서다. 전북지역 서점들의 경쟁력 향상에도 자극이 될 것으로 여겨서다. 실제 교보의 전주 입점 후 시민들의 호응이 상당했다. 개점 얼마 안 돼 3만명에 육박하는 회원을 확보했으며, 젊은 층의 약속장소가 될 만큼 명소가 됐다. 그러나 교보 입점 후 인근 민중서관과 대한문고 등 지역의 대표 서점들이 문을 닫았다. 온라인 서점의 영향 등 다른 요인이 함께 작용했지만 토박이 서점을 잃게 된 것은 지역 문화자산의 큰 손실이었다.
그런 태풍을 몰고 왔던 교보문고가 7년 만에 철수한 것을 보면 그 스스로도 별 재미를 본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교보문고에서 왜 하필 전주를 지역의 주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을까. 교보문고는 수도권을 제외하고 전주를 포함해 전국에 5개점을 갖고 있으며, 전북대를 포함해 전국 7개 대학에서 구내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적인 도시 규모로 볼 때 결코 매력적인 곳이라고 할 수 없는 전주에 2개 점포나 갖는 배경이 궁금해진다. 지역의 대표서점이 없어 만만한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면 이 또한 지역사회가 슬퍼해야 할 일이다.
전주의 대표서점인 홍지서림이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1963년 문을 연 홍지서림은 81년 설립된 교보보다 20년 가까이 더 오래된 연륜을 자랑한다. 교보의 전주 진출 후 홍지는 서신·송천·아중·효자점을 잇따라 개설하며 생존을 위해 몸부림을 하고 있다. 교보의 전주 재입점을 계기로 토박이 서점에 대한 지역민들의 응원이 더 필요할 때다. 교보 또한 지역문화의 자산이지만, 토박이 서점과 비할 바가 아니다.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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