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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부호들의 '기빙 플레지'

지난 1947년 편찬된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대사전인 ‘조선말 큰사전’은 정말 우여곡절 끝에 빛을 보았다. 일제의 민족문화 말살정책에 맞서 1929년 결성된 조선어사전 편찬위원회가 우리말과 나라사랑 정신을 일깨우기 위해 ‘조선어대사전’ 제작을 추진했지만 1942년 10월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국어학자 12명이 옥고를 치르면서 원고를 분실했다. 다행히 1945년 9월 경성역 조선통운 창고에서 원고를 찾아내 1947년 10월 9일 한글날에 맞춰 ‘조선말 큰사전’ 1권을 펴냈다. 하지만 물자부족과 6·25전쟁 발발로 사전 편찬을 못하다 미군정 장교의 주선으로 록펠러재단으로부터 당시 3만6400달러 어치의 종이와 책표지·인쇄잉크 등을 지원받아 1957년 모두 6권까지 완간했다. 우리 한글대사전이 기부왕 록펠러가의 도움으로 제작된 것이다. 이 록펠러재단의 수장인 데이비드 록펠러는 석유왕 존슨 D 록펠러의 손자로 세계 부호들의 기부단체인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 재단의 최고령 멤버다.

 

기빙 플레지는 지난 2010년 세계 1위 부호인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주도해 만든 자선단체다. 출범 첫해 52명으로 시작해 현재 15개국 138명의 슈퍼 리치들이 회원으로 참여했다. 기빙 플레지에 참여하고 있는 부호들은 페이스북 공동창업자이자 소프트웨어회사 아사나(Asana)를 세운 더스틴 모스코비치가 31세로 가장 나이가 어리고 데이비드 록펠러가 101세로 가장 많다.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 주식 99%, 450억달러(52조1100억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힌 마크 저커버그도 지난 2012년 기빙 플레지 멤버가 됐다. 당시에 페이스북 주식 1800만주, 시가로 4억9800만 달러를 실리콘밸리 커뮤니티 파운데이션에 기부했다.

 

기빙 플레지를 만든 빌 게이츠는 암 투병중인 어머니 메리의 조언이 큰 역할을 했다. “많은 것을 받은 사람에게는 더 많은 의무가 요구된다”는 충고를 그는 성경처럼 받아들였다고 하버드대 연설에서 밝혔었다.

 

지난 7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밝힌 ‘세계IT 100대 부자’에 한국인은 5명 포함됐다. 삼성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권혁빈 스마일게이트대표 김정주 NXC회장 김범수 다음카카오의장 등. 하지만 기빙 플레지 회원은 우리나라 재벌들 가운데 아직 한명도 없다. 지난 2006년 비자금 조성혐의로 법정에 섰던 정몽구 현대차그룹회장이 8400억원을 내겠다고 약속했고 이건희 삼성회장이 경영권 편법 승계논란이 일자 8000억원을 기부했을 뿐이다.

 

혼자서 많이 가지는 것보다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슈퍼 리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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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택 kwon@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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