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신상담의 심정으로 낙향했던 정동영 전 의원은 바로 이 때를 기다려왔을 것이다. 전국 최고·최다 득표로 화려하게 정계에 입문했던 그는 제1야당의 최연소 최고위원, 열린우리당 초대 의장, 통일부장관 등 승승장구하면서 정치입문 12년만에 집권여당 대통령 후보로 대권까지 도전했다. 그랬던 그가 씨감자 농사로 전업하려고 나홀로 쓸쓸히 고향을 찾았던 것은 아니다. 절치부심 정치적 시운을 기다렸다. 다만 그동안 정치적 행보에 국민들의 실망감이 컸던터라 정 전 의원에게는 다소 긴 호흡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번 야권의 빅뱅으로 그에게 재기의 기회가 빨리 다가온 셈이다.
그의 정계 복귀는 이미 정치권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14일 자신이 고문으로 있는 연구소 ‘대륙으로 가는 길’ 송년모임에서 “2017년 정권교체를 위해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언제 나서느냐는 선택만 남아있다. 앞서 문재인 대표의 복당 요청에는 “다른 길에 서 있다”고 거절했던 만큼 안철수 의원 등과 야권 신당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7일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유성엽 의원이 정동영 전 의원을 만나 정치적 진로를 상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정 전 의원이 이처럼 재기의 발판을 서둘러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DJ와 YS처럼 정치적 기반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그는 여전히 전북의 아들이자 전북의 인물이다. 대권 도전 실패 후 민주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전주 덕진 재보선에 나섰을 때도 도민들은 그를 품어주었다. “어머니! 아들이 돌아왔습니다”라는 말 한마디에.
이제 그는 대권주자였던 만큼 큰 정치,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당장 눈 앞에 총선 의석수 확보나 정치적 세불리기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멀리 내다보고 허탈감에 빠진 도민과 찢겨진 국민의 아픔을 추스르는 것이 급선무다. 국민의 마음을 보듬고 국민만 바라보며 새로운 대한민국의 희망을 키워 갈 때 그가 바라는 정권교체의 꿈도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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