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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본 백범일지

<백범일지> 정본이 출간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지난 봄, 열화당 이기웅 발행인과의 인터뷰에서다. 그는 이 작업이 우리의 올바른 ‘말 뿌리’와 ‘글 뿌리’를 찾고자하는 열화당의 출판정신을 구현하는 일이라고 소개했다.

 

올 겨울, <정본(正本) 백범일지> 가 출간됐다. <정본> 이라는 의미 있는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온 이 책은 백범선생의 친필본을 그대로 활자화한 한문판과 친필본을 다시 오늘의 한글로 풀어쓴 한글판까지 두 권으로 만들어졌다. 3년 꼬박 걸려 이뤄낸 결실이다.

 

사실 <백범일지> 는 이미 많은 출판사들이 출간에 나서 독자들 앞에 놓인 것만도 80여종에 이른다. 그럼에도 열화당은 왜 굳이 ‘정본’을 내세워 대대적인 출간작업에 나섰던 것일까.

 

열화당에 따르면 <백범일지> 초판이 발행된 것은 1947년, 백범 선생이 돌아가시기 2년 전이다. 그러나 <김구 자서전 백범일지> (국사원 본)라는 제목으로 나온 이 초판은 원문이 대폭 축소되면서 원본성이 훼손된 데다 윤문 과정에서도 내용이 윤색되거나 인명과 지명의 착오, 뒤바뀌어진 서술 등으로 외레 원본에서 가장 멀어진 판본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백범 선생의 아들이 저작권을 풀어놓으면서 누구나 <백범일지> 를 자유롭게 출판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여러 출판사들이 출간한 <백범일지> 는 대부분 국사원 본을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초판의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정본 백범일지> 의 간행 취지는 여기서 비롯됐다. 친필원본의 내용과 형식을 그대로 되살려내겠다는 뜻이다. 간행팀은 친필 원본을 저본으로 삼아 출간하였거나 충실한 번역본을 지향하여 출간한 여러 판본들을 면밀히 검토해 이 판본들이 범한 다수의 오류를 바로 잡고 보완해냈다. 발간사에 의미심장한 문구가 있다. ‘백범일지의 간행 역사를 보면 어떠한 기록이라도 환경과 여건에 따라 그 본의가 잘못 전달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19일 <정본 백범일지> 출간 기념회가 파주 출판도시 열화당 책박물관에서 열렸다. 작은 안내장에 쓰인 글귀가 눈에 띄었다.

 

‘이 책을 모셔가는 비용(책값)은 없습니다. 다만, 출간 이후 일정 금액을 「안중근기념 영혼도서관」 건립기금으로 기부하신 분에게 우선적으로 배포할 예정입니다.’ 값을 따질 수 없는 책과의 만남은 특별했다. 이래저래 우리의 정신을 세우게 하는 <정본 백범일지> 의 탄생이 반갑다. 큰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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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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