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에는 메르스 사태가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더니 하반기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파문으로 온 나라가 들썩거렸다. 정부의 무능하고 무기력한 대응으로 확산된 메르스 사태는 결국 38명이 사망하고 7개월 만에 종식됐지만 국민과 국가경제에 끼친 손실은 실로 엄청났다. 국민 보건안전망이 뚫리고 경제성장률은 2%대로 추락해 내수 기업과 자영업자 등은 도탄에 빠졌지만 공무원 몇 명 경질했을 뿐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역시 시민사회와 학계 등에서 찬반 갈등이 심화되면서 국론 분열과 국력만 소모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고 나섰던 현직 총리는 비리 혐의로 취임 63일 만에 낙마하고 성완종 리스트에 거명된 유력 정치인 7명에 대한 검찰수사는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1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은 FTA로 시름에 빠진 농민들을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쌀값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에 참여했던 한 농민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40여 일째 사경을 헤매고 있지만 경찰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정치권은 민생은 내팽긴 채 당리당략에만 빠졌고 위헌 판결 난지 1년이 넘은 선거구 획정 하나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고 식물국회로 전락했다. 정치권이 이렇다보니 청와대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노동개혁 5대 법안 등 쟁점법안의 직권상정을 의장에게 요구하는 초법적 상황을 자초하게 됐고 청와대와 국회의장이 충돌하는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비쳐졌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갑질 병폐도 다시 도졌다. 지난해 말 땅콩회항으로 대변되는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슈퍼 갑질에 이어 몽고식품 김만식 회장이 운전기사를 상습 폭행·폭언하는 사건이 불거지면서 우리 사회의 ‘을’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
올 한 해를 압축한 사자성어로 대학교수들은 ‘혼용무도(昏庸無道)’를 선정했다. 지성인들이 내놓은 신랄하고도 매우 적확한 표현이다는 평이다. 대한민국이 왜 이 지경에까지 왔는지 우리 모두 자성해야 할 때다. 먼저 국가와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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