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다. 이때 혼자 살아남은 사람들 가운데 충격과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공동체적인 삶에 익숙한 일본의 시민단체들이 이 상황을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까 머리를 맞댔다. 그 과정에서 이루어졌던 작은 운동이 있다. 내용 그대로 표현하자면 ‘옆집 문 두드리기 운동’이다.
혼자 남았다는 외로움과 모든 것을 잃었다는 충격과 상실감으로 자살하거나 죽음에 이르게 되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문을 두드리고 말을 거는 이 운동은 사회적 가족이 있음을 인식시켜주는 일이다.
실제로 이 작은 운동은 적지 않은 성과를 가져왔다. 누군가 나에게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을 얻을 수 있었던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그 운동의 행렬에 동참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독사로 생을 끝내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놀라운 것은 예전처럼 고독사가 홀로 사는 노인들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근래 들어 고독사는 오히려 40대와 50대 사이에서 늘어나고 있단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고독사는 이미 2014년에 천명을 넘어섰다. 이중 40대와 50대의 고독사가 50%를 넘나든다. 놀라운 수치다. 중장년층의 고독사는 대부분 가족해체의 위기로부터 이어진 결과다. 아이들의 교육이나 이혼 등으로 혼자 살게 되었거나 일자리를 잃고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가는 40-50대 남성들의 자살률이나 고독사의 비중이 늘어가고 있다는 현실은 안타깝다.
전문가들이 분석한 원인이 있다. 우리나라 복지 시스템에서 이 연령대의 남성들은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인 셈이다.
고독사는 그 어느 죽음보다도 안타깝다. 이웃에 대한 관심의 부재는 곧 사회적 관계의 단절이다. 중장년 남성들의 고독사로 드러난 우리사회의 병약한 민낯을 보니 ‘옆집 문 두드리기 운동’의 의미가 더 각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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