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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픈 취업 신조어

신조어의 최대 양산지가 취업시장이다. 취업의 절실함이 반영된 신조어들은 동질감을 갖는 취업 준비생들의 공감대를 통해 금세 유행어로 자리를 굳힌다. 취업 세태를 나타내는 신조어 여론조사까지 이뤄질 정도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해 조사한 2015년도 취업시장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낸 취업 신조어로 ‘N포세대’가 꼽혔다. 2010년대 유행했던 ‘3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에서 ‘5포’ ‘7포’ ‘10포’로 계속 넓혀졌고, 무한개를 포기해야 할 만큼 취업난의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신조어였다.

 

청년 취업난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신조어가 주는 어감은 해가 갈수록 그 강도가 세지고 있다. 금수저(좋은 가정환경에서 태어난 사람)·헬조선(한국사회의 어려움을 지옥에 비유)·취업깡패(취업이 잘 되는 과)·빨대족(자립할 나이에 부모에게 의존하는 캥거루족을 넘어 부모의 노후자금까지 빨아먹고 산다는 데서)·청년실신(청년실업자와 신용불량자)· ‘열정페이’(열정을 빌미로 아주 적은 월급으로 노동력을 착취)·화석선배(취업 때문에 졸업을 미루는 고학번 선배) 등 근래 유행하는 취업 신조어들은 살벌하기까지 하다.

 

10년 전 취업 관련 신조어를 검색해보니 차라리 낭만적이었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구백(20대 90%가 백수)·공시커플(장기간 공무원 시험준비를 하는 구직자)·청백전(청년 백수 전성시대)·니트족(직업훈련에도 참가하고 있지 않은 청년 무직자)·대학둥지족(대학졸업을 늦춘 취업준비생)·밥터디(밥+study를 합한 조어로 밥 먹는 시간도 아끼기 위해 함께 밥을 먹으면서 공부하는 일)·열린 취업 5종 세트(취업 준비를 위해 필요한 인턴십, 아르바이트, 공모전, 봉사활동, 자격증) 등이 유행 신조어였다.

 

최근에는 취업 관련 신조어가 취준생들이 처한 여건을 세부적으로 반영하는 쪽으로 진화한다. 대학 인문계 출신들의 좁은 취업문을 빗댄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가 대표적이다. ‘인구론’(인문계 학생의 90%가 논다)의 연장선에 있다. ‘전화기’(취업이 상대적으로 잘 되는 전기·화학·기계학과)가 부러운 ‘문송합니다’다. 그보다 더 힘든 여건이 합쳐진 ‘지여인’(지방대, 여성, 인문계)이란 신조어도 나왔다. 취업을 못해 침울한 취준생들이 차별까지 받는다면 더 서러울 일이다. 취업 신조어의 양산과 진화가 반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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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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