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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이 된 따뜻한 겨울

남쪽에선 개나리 진달래 꽃이 피고 목련과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더니 경북 의성과 군위 등에서는 무성하게 자란 보리가 꽃을 피웠다. 봄철 풍경이 아닌 한 겨울에 벌어진 현상이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 DC에선 12월 중순인데도 워싱턴 기념탑 앞에 때 아닌 벚꽃이 활짝 폈다. 뉴요커들은 반바지 차림으로 자전거를 타고 해변에서 크리스마스 서핑을 즐겼다. 유럽에서도 이상 고온으로 스위스 알프스 스키장들은 잔디 슬로프로 변했다. 겨울의 나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는 얼음이 얼지 않아 자연 아이스링크 1200곳이 문을 열지 못했다.

 

이상 기온 여파로 겨울이 실종되면서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반도 평균기온은 3.5도로 1973년 이래 42년 만에 가장 높았다. 지구촌 역시 지난해 평균기온이 3.6도 이상 올라갔다. 올해는 1880년 기후 관측을 시작한 이래 136년 만에 가장 더운 한 해가 될 것으로 기상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따뜻한 겨울은 자연 환경 뿐만 아니라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겨울 휴면기를 거쳐 2월부터 생육 재생기에 들어가야 하지만 보리나 매실처럼 일찍 꽃이 피면 피해를 입을수 밖에 없다. 곶감 주산지인 완주와 전남 장성·광양·구례 등에서는 곶감이 썩고 꼭지가 빠져 큰 피해를 입었다. 겨울철 하우스시설에서 재배중인 토마토와 딸기 등은 따뜻한 날씨로 인해 곰팡이병이 확산돼 농민들이 울상이다.

 

농사 뿐만 아니라 자치단체의 겨울 축제도 따뜻한 날씨 탓에 줄줄이 취소되거나 차질을 빚고 있다. 원조 겨울 축제인 인제 빙어축제와 무주 남대천 얼음축제 홍천강 꽁꽁축제 가평 자라섬 씽씽축제 등도 얼음이 얼지 않아 취소됐다.

 

동해 바다에서는 명태와 정어리가 사라졌고 겨울 별미인 진해만 대구는 어획량이 절반을 줄어들었다. 따뜻한 날씨로 바다 수온이 올라가면서 겨울철 회귀성 어종이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기상전문가들은 겨울철 이상기온의 원인이 슈퍼 엘니뇨(El Nino)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구 온난화로 적도 부근 무역풍이 약해지면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극지방의 찬공기가 내려오는 것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엘니뇨보다 더 심각한 재앙을 몰고 올 라니냐(La Nina)라는 것. 라니냐는 엘니뇨와 반대로 적도 무역풍이 강해져 차가운 해수가 상승함으로써 동태평양에서 수온이 낮아지는 현상이다. 따뜻한 겨울보다 더 추운 봄이 올수 있다는 경고다. 온실가스로 지구 온난화를 초래하면서 우리가 자초한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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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택 kwon@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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