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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동물원의 진화

몇 년 전 서울대공원의 돌고래 쇼가 동물학대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사회적 이슈가 됐다. 서울대공원은 여론조사와 시민토론회 등을 거쳐 돌고래죠 대신 생태설명회 형식으로 전환했다. 당시 주인공이었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는 바다로 방사됐다. 동물원 속 동물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새롭게 해준 계기가 됐다. 과거 야생의 희귀한 동물들을 시설에 가둬놓고 보여주던 동물원의 역할이 동물의 보전과 연구, 교육기능을 더 중시하는 쪽으로 옮겨가는 게 세계적 추세다.

 

인류는 탄생과 함께 동물의 일원으로 동물들과 더불어 살아왔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학문적인 의미로 동물원에서 동물을 사육했으며, 아리스토텔레스는 동물원에서 동물을 열심히 관찰하여 유명한 저서인 을 펴냈다. 로마시대에는 맹수를 격투시켜 피를 흘리는 것을 즐겼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현존하는 동물원은 1752년 설립된 오스트리아 빈의 쇤브룬동물원이며,세계 최초의 과학적인 동물원은 런던동물원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최초의 동물원은 조선 순종황제 때인 1909년 서울창경원동물원이다. 동양에서 도쿄의 우에노 동물원(1882년)과 교토동물원(1903년), 베이징동물원(1906년)에 이어 4번째다. 창경원동물원은 서울대공원 동물원 개원까지 70여년간 유지됐다.

 

전주동물원은 1984년 개원한 서울대공원 동물원보다 앞선 1978년 만들어졌다. 광주 우치공원 동물원(1987년)과 대전 오월드 동물원(2002년)이 설립되기 전까지 전주동물원은 광주·대전권을 아우르는 지방의 대표적 동물원이었다. 그러나 몇몇 놀이기구와 체험관 시설 등의 보완이 이루어진 것을 빼고 달리 특별한 변화를 꾀하지 못하면서 그 우위성도 거의 사라졌다.

 

전주시가 지난 15일 전주동물원을 생태동물원으로 새롭게 탈바꿈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숲을 확대해 동물들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동물 밀도를 줄여 동물복지형 방사장을 조성하며, 동물들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삼았다. 동물 친화적 여건을 조성해 동물들도 행복하고, 관람객도 즐겁게 하는 방향이다. 그리 되면 우리에 갇힌 동물들이 불쌍해서 동물원을 가지 않는다는 사람도 줄어들 것이다. “야만적이고 잔인한 짐승은 창살 뒤에 있지 않고 창살 앞에 있다”는 스웨덴의 문호 악셀 문테의 말이 전주동물원에서는 통용되지 않을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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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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