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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의 두 천사 수녀

가족과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한센병 환자들의 섬 소록도. 국가에서 한센병 환자의 치유와 재활을 위해 병원을 세웠지만 사실상 수용소나 다름없던 이 섬에 벽안의 두 젊은 수녀가 찾아오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국립간호대학을 나온 마리안느 스퇴거(Marianne Stoeger·83) 수녀는 1959년, 마가렛 피사레크(Margreth Pissarek·82) 수녀는 1962년 소록도병원에 간호사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자원했다. 당시 소록도에서 6000여명에 달하는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은 고작 5명. 하지만 이들 의사와 간호사도 전염을 우려해 환자들과 접촉을 꺼리고 진료할 때도 꼭 장갑을 끼었지만 두 수녀 간호사는 맨손으로 피고름을 짜고 약을 발라주면서 지극정성으로 환자들을 돌봤다. 사람들부로터 멸시천대와 배척을 당했던 한센인들이지만 젊은 수녀의 진심어린 간호에 닫힌 마음을 열게 되었고 몸 뿐만 아니라 마음의 상처도 치유받게 됐다.

 

이 같은 헌신적인 모습에 의사와 간호사들도 감명받아 환자들을 친절하게 대하게 됐고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이 소록도를 찾게 되었다.

 

두 수녀는 또 소록도의 열악한 의료환경 개선을 위해 고국에 수천통의 편지를 보내 여러 기관·단체들로부터 각종 의약품과 의료기 생필품 등을 후원받았고 나중에는 건물과 치료시설을 건축할 수 있는 후원금까지 지원받았다. 여기에 환자 자녀들을 돌보는 영아원과 보육원을 운영했고 완치된 환자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재봉 기술과 건술 기술 농사일 등을 배울 수 있도록 주선했다.

 

이 같은 선행이 알려지자 오스트리아 정부에서 훈장을 수여하겠다고 전해왔으나 거절하자 오스트리아 한국대사가 직접 소록도를 찾아 훈장을 전달했다. 한국 정부도 1972년 국민훈장과 1996년 국민훈장 모란장 수여하려 했지만 거절하자 청와대 관계자가 소록도로 찾아와 약식 수여했다.

 

이들 수녀는 고령으로 인해 더 이상 봉사할 수 없게 되자 지난 2005년 11월 21일 새벽 첫배를 타고 조용히 고향으로 돌아갔다. 43년 전 소록도에 왔을 때 가지고 온 헤어진 손가방 하나만 들고서.

 

오는 5월 17일 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을 맞아 고흥군과 병원 측은 이들 수녀간호사를 초청했다. 암 치료를 받고 있는 마리안느 수녀는 병세가 호전돼 초청에 응했지만 마가렛 수녀는 치매 투병으로 인해 오지 못하게 됐다.

 

고흥군과 (사)마리안마가렛 국립소록도병원 한센인 등이 두 수녀의 삶을 재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제작과 기념관 조성 등록문화재 지정 노벨평화상 대상자 추천 등 각종 선양사업을 추진한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두 수녀간호사의 삶이 우리들에게 큰 울림과 도전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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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택 kwon@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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