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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장미의 이름'으로

이탈리아 북부, 인적이 드문 곳에 세워진 베네딕트파의 한 수도원. 어느 날 이 수도원에서 그림을 그리는 수사의 시체가 발견된다. 수도원 원장은 수도원을 찾아온 프란시스코회 소속인 윌리엄 수사와 수련제자에게 사건의 조사를 맡긴다. 그러나 이들이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살인이 이어진다. 비밀의 열쇠는 수도원 안 도서관에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비밀스러운 수도원과 수도사들의 풍경. 중세의 음울한 시대상을 담아낸 이 영화는 1989년에 제작된 ‘장미의 이름’이다. 숀 코넬리의 열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장미의 이름’은 우리나라에도 수입되어 많은 관객들을 끌어들였다. 영화는 문학적 가치를 높게 평가받았던 원작 소설 ‘장미의 이름’에도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설 ‘장미의 이름’이 영화보다 먼저 독자들을 만났다. 추리소설 ‘장미의 이름’이 세상에 나온 것은 1980년. 세계적 작가이자 기호학자인 움베르토 에코의 첫 소설이다.

 

사실 ‘장미의 이름’은 쉽게 읽힐 수 있는 소설은 아니다. 현학적인 내용에 방대한 지식, 역사와 허구를 결합한 독특한 전개방식 때문이다. 그럼에도 ‘장미의 이름’은 40여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아마존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5000만부 이상이 팔려나갔다. 우리나라에는 1986년 소설가이자 번역자인 고 이윤기 선생이 영문판을 중역해 소개됐다.

 

그의 두 번째 추리소설 ‘푸코의 추’ 역시 로마 교황청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의 흥미를 끌어들이는데 성공, 기호학의 정수를 담아낸 작품으로 평가 받았다.

 

에코는 기호학, 역사와 철학, 미학, 문화비평 등 다양한 부문을 아우르며 주목받는 활동을 펼치며 시대를 대표했던 학자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영어는 물론, 프랑스와 라틴어 등 8개 언어를 구사했던 그는 언어천재이자 기호학을 발전시킨 세계적인 석학이었다. 현실참여에도 적극적이었던 그는 대중들에게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추’의 작가로 친숙하지만 사실은 기호학자로서의 학문적 궤적이 훨씬 더 굵고 깊다.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으로 꼽혔던 움베르토 에코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별세했다. 올해 84세. 그의 타계소식에 전 세계가 애도하고 있다. 한때 ‘에코바람’을 몰고 왔던 ‘장미의 이름’을 비롯, 그의 수십 종 저서들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고전과 위대한 작가를 기억하려는 노력일터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 그나마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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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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