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소설 ‘장미의 이름’이 영화보다 먼저 독자들을 만났다. 추리소설 ‘장미의 이름’이 세상에 나온 것은 1980년. 세계적 작가이자 기호학자인 움베르토 에코의 첫 소설이다.
사실 ‘장미의 이름’은 쉽게 읽힐 수 있는 소설은 아니다. 현학적인 내용에 방대한 지식, 역사와 허구를 결합한 독특한 전개방식 때문이다. 그럼에도 ‘장미의 이름’은 40여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아마존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5000만부 이상이 팔려나갔다. 우리나라에는 1986년 소설가이자 번역자인 고 이윤기 선생이 영문판을 중역해 소개됐다.
그의 두 번째 추리소설 ‘푸코의 추’ 역시 로마 교황청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의 흥미를 끌어들이는데 성공, 기호학의 정수를 담아낸 작품으로 평가 받았다.
에코는 기호학, 역사와 철학, 미학, 문화비평 등 다양한 부문을 아우르며 주목받는 활동을 펼치며 시대를 대표했던 학자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영어는 물론, 프랑스와 라틴어 등 8개 언어를 구사했던 그는 언어천재이자 기호학을 발전시킨 세계적인 석학이었다. 현실참여에도 적극적이었던 그는 대중들에게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추’의 작가로 친숙하지만 사실은 기호학자로서의 학문적 궤적이 훨씬 더 굵고 깊다.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으로 꼽혔던 움베르토 에코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별세했다. 올해 84세. 그의 타계소식에 전 세계가 애도하고 있다. 한때 ‘에코바람’을 몰고 왔던 ‘장미의 이름’을 비롯, 그의 수십 종 저서들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고전과 위대한 작가를 기억하려는 노력일터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 그나마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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