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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주도하는 필리버스터가 국내외에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지난달 23일 테러방지법의 국회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첫 토론자로 나선 이후 1일까지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면서 진기록 행진을 이어왔다.

 

우선 8일 동안의 필리버스터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최장기록이다. 여기에 국내 기록 갱신 행진도 계속됐다. 첫 주자였던 김광진 의원은 총 5시간 32분간 의사진행 발언을 하면서 1964년 김대중 의원이 김준연 의원의 구속동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연설했던 5시간 19분 기록을 넘어섰다. 24일에는 세 번째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10시간 18분간 연설을 하면서 역대 필리버스터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동안 1969년 박한상 신민당 의원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3선 개헌안 저지를 위해 10시간 15분 동안 무제한 토론을 진행한 기록이 최고였다. 이로 인해 은수미 의원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일약 ‘필리버스터 스타’로 등극했다.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으로 6년간의 복역과 고문 후유증으로 인한 장기 절제수술 등 그의 인생 역정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사흘만에 같은 당 정청래 의원이 기록을 새로 썼다. 17번째 주자로 나선 정청래 의원은 지난달 27일 총 11시간 39분간 발언을 하면서 최고 기록을 다시 세웠다. 필리버스터의 세계 최장 기록 수립에는 여성 의원들이 큰 몫을 했다. 은수미 의원부터 더민주당을 탈당하고도 1일 29번째로 주자로 나선 전정희 의원과 30번째 임수경 의원 등 절반 가까이가 여성 의원이다.

 

세계 최장기간 필리버스터에 외신들도 큰 관심을 보였고 케이블TV 국회방송 시청률이 8%를 넘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필리버스터 논쟁은 온라인과 SNS도 뜨겁게 달구면서 총선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적지 않은 수혜를 보기도 했다. 이슈 파이팅에서 국민의당을 압도하는 존재감을 과시했고 지지율 유지를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자신들이 2012년 국회선진화법을 제정하면서 도입한 필리버스터로 인해 한동안 곤혹감을 떨치지 못했다. 더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필리버스터 발언 중에 새누리당이 치적으로 내세운 필리버스터 공약집을 공개하자 이를 확인하려는 네티즌 때문에 새누리당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다.

 

박정희 정권시절인 1973년 의원 발언시간 제한 조항이 만들어지면서 무제한 토론이 중단되었다가 새누리당에 의해 47년만에 부활된 필리버스터는 대한민국 국회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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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택 kwon@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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