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ZKM을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ZKM의 역할과 기능이다. ZKM은 새로운 미디어 아트 창작물을 모아내는 전시관으로서의 기능 뿐 아니라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정보기술과 변화하는 사회구조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과 조사연구, 상호교류 활동에 주력해왔다. 미디어 아트의 집산지로서 뿐 아니라 최신미디어 기술의 전시와 생산의 중요한 거점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된 바탕이다.
ZKM은 미술가 조각가 음악가가 실제로 작품을 제작하고 전시하는 공간 뿐 아니라 후진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 미디어와 관련된 모든 영역을 통합하는 시설을 완벽하게 갖추어 놓은 종합적인 공간으로 꼽힌다. 시설의 콘셉트 역시 소통과 교류. 시간적으로 소통하고 공간적으로 교류하는 기능을 추구하는 ZKM은 시설도 놀랍지만 진보적인 콘셉트를 지향하는 방식의 체계는 감동적이다.
사실 ZKM의 성공은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ZKM은 구상부터 개관까지 20년 가깝게 준비과정을 거쳤다. 처음 구상이 시작된 것은 1980년. 전문가들과 학자, 정치인들은 지역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길을 고민하고 토론하며 정책을 만들었고, 이를 주 정부가 받아들여 센터 건립으로 이어졌다.
흥미로운 것은 센터로 변신한 ZKM 건물이다. 애초 시는 철도가 동서남북으로 관통하는 교통의 중심지였던 칼스루에의 지리적 장점을 고려해 칼스루에 중앙역 옆 빈터에 센터를 건립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문제에 부딪쳤다. 그때 제안된 곳이 예술가들의 작업장으로 활용되고 있던 탄약공장이었다. 방치되어 있던 탄약공장은 리모델링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기능과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예술적 건축으로 탄생했다. 새로운 시대로 변화하는 시점에서 전쟁의 기억과 흔적을 지우지 않고 예술로 승화시키는 선택은 주민들에게도 자긍심이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된 건물을 활용한 도시재생 작업이 활발하다. 반가운 일이지만 들여다보면 대부분 그 목적과 내용이 천편일률적이다. 자치단체마다 비슷한 콘셉트로 채워지고 있는 오래된 공간들의 무차별적(?) 변신. 그 미래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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