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내 주요 일간지 1면 머리를 장식한 제목들이다.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AI) ‘알파고’에게 내리 3판을 진 뒤 네 번째 바둑대국에서 이긴 사실을 두고 지구촌이 환호했다. 인공지능의 오늘을 보여주는 하나의 이벤트에서 시작된 이세돌과 알파고간 대국이 각각 인간과 기계를 대표한 세기적 대결이 된 것이다. 인간이 만든 소프트웨어가 인간 이상의 지적 능력을 보여줬을 때 인간이 이룬 위대한 성과로 환호해야 할 텐데 지구촌의 반응은 반대다.
이런 반응은 영화 속 상상의 세계에서 접했던 인간에 대한 기계의 지배가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AI발전으로 많은 분야의 난제들을 해결하고 인간의 쾌적한 삶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도 귓등으로 흘린다. 알파고의 활약상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지켜본 충격이다. 인류가 직접적으로 기계의 지배를 받는 상황은 여전히 영화 같은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AI발전으로 많은 직업이 없어지고 AI의 관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그리 멀지 않다는 사실을 대부분 사람들이 믿고 싶지 않은 것이다.
‘양은 온순한 동물이지만 영국에서는 사람을 잡아먹는다’(토머스 모어). ‘사람들이 살던 곳에 이제는 한 사람의 양치기와 그의 개가 있을 뿐이다’(휴 라이머).
중세 말부터 19세기까지 유럽에서 진행된 인클로저 운동(울타리치기)과 관련한 당대 인문학자들의 이런 비판은 AI발전을 놓고도 재연될 수 있는 문제다. 인클로저 운동은 모직공업의 발달에 따라 양모생산을 늘리기 위해 목축지의 규모화를 꾀한 운동으로, 이 과정에서 기반을 잃은 소작농과 영세농들이 공업화에 필요한 일자리를 제공해 산업혁명을 뒷받침 했다. 인클로저 운동이 가장 활발했던 곳도 ‘알파고’의 고향인 영국이었다.
아무리 부정하고 외면하더라도 AI발전이 가져올 변화들은 이미 조금씩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사물인터넷시대가 열리고,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용화 단계를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스스로 학습하고 업그레이드되는 알파고까지 마주하게 됐다. 알파고는 수천 년 역사의 바둑을 불러내 자신을 과시했다. 오늘 겨룰 남은 한 판의 결과는 그리 중요치 않다. 바둑 몇 판으로 알파고는 벌써 인류에게 많은 화제와 과제를 던졌다. 인공지능이 펼칠 미래가 궁금하다. 알파고가 최소한 인간을 잡아먹는 양이 되지 않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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