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방함녕(萬邦咸寧)은 온 세상이 평안하다는 뜻이다. 중국 사서삼경 중 하나인 서경(書經) 대우모(大禹謨) 편에 나오는 말이다. 대우모편에는 우(禹)임금과 익(益)이 나누는 대화가 나오는데 세상을 평안하게 해야 하는 리더가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를 이야기한다.
우임금은 ‘임금이 능히 임금자리를 어렵게 알고, 신하가 능히 신하자리를 어렵게 안다면 정사가 수월하고 백성이 평안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동의한다. 그리고 임금과 신하가 그렇게 하면 어진 인물이 초야에 묻히지 않게 돼 세상이 평안하게 될 것(野無遺賢, 萬邦咸寧)이라고 말한다. 여러 사람과 의논하고, 자기를 버릴 줄 알고, 의지할 곳 없는 이들을 학대하지 않고, 곤궁한 이들을 버려두지 않는 일들은 오직 요임금만이 할 수 있었다고 상기한다. 또 도를 따르면 길할 것(惠迪吉)이요, 거스름을 좇으면 흉할 것(從逆凶)이니 이는 그림자나 메아리처럼 당연한 것(惟影響)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익이 ‘임금이 경계해야 할 것’들을 말한다. 염려 없을 때 경계하고(儆戒無虞), 법도를 잃지 말고(罔失法度), 편안히 놀지 말고(罔遊于逸), 어진 사람을 등용하되 갈등하지 않도록 하고(任賢勿貳), 사악한 자를 내칠 때는 의심없이 단호하게 행하고(去邪勿疑), 의심스런 계획은 세우지 않아야(疑謨勿成) 모든 일이 잘 이뤄질 것이라고 충고한다. 백성의 이익을 거슬러 자신의 이익을 좇지 말고, 태만하지 말라고 한다. 이런 것들이 제대로 실행될 때 그야말로 만방함녕이 이뤄질 것이고, 백성들은 함포고복(含哺鼓腹)할 것이다.
제20대 총선이 불과 3주 앞으로 닥치면서 국회에 입성하려는 입지자들에 대한 사전 평가 작업이 마무리 돼 가고 있다. 입지자 일부는 당에 의해 잘렸고, 일부는 경선에서 뒤져 공천 탈락했다. 개인적으로는 억울함이 하늘을 찌를 것이다. 분노를 참지 못한 일부 입지자들은 수년 또는 수십년 몸담았던 당을 떠나 다른 정당으로 이적하거나 무소속 출마를 결행하고 있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하지만, 자기를 버릴 줄 모르고 제 욕심만 챙기려는 속됨이 엿보인다는 비판을 비켜갈 수도 없을 일이다.
만방함녕 세상을 만들겠다며 정치판에 뛰어든 자에게 필요한 것은 세상을 넓게 보고 대의를 아는 것이다. 나아갈 때와 돌아설 때를 알아야 한다. 제 욕심을 앞세우면 세상이 비웃는다. 한순간에 소인배가 된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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