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9일 완주 운주면 산북리 산 15-3번지 이치재에서 ‘임란순국 무명사백의병비’ 제막식이 엄수됐다. 이날 제막행사에는 무명사백의병비 건립을 주도한 이종철 전 전통문화대총장과 나종우 전북역사문화학회장, 그리고 박성일 완주군수 연안 이씨 종중 등 100여명이 참석해 임진왜란 때 순절한 이름 없는 농민의병의 위국충절을 기렸다.
무명의 농민의병은 1592년 8월 금산 전투에서 의병장 고경명 조헌 등이 이끄는 의병과 관군 700여명이 왜병에 패하자 8월 27일 이보 소행진 황박 등이 가솔과 농민 400명을 이끌고 완주 이치 고개에서 대항했다. 이들은 조총으로 무장한 1만여 왜병에 맞서 활 낫 쇠스랑 등으로 백병전을 벌이다 모두 순국한다. 이로 인해 왜군은 전주성 진입과 호남 곡창지대 점령을 포기하고 분풀이로 농민의병 시신을 가족들이 찾지 못하도록 목과 팔 다리 등을 잘라 훼손해 산야에 흩뿌렸다.
이후 이보와 가솔들의 허묘가 익산 석왕동 연안 이씨 선산에 안장됐고 1741년 익산 팔봉동 은천사에 신주를 봉안했다.
하지만 이름 없는 400 농민의병의 순국충절은 지난 수백여년 동안 잊혀져 오다 지난해 이종철 전 총장과 나종우 회장 조원래 순천대 명예교수 이해준 공주대 교수 등에 의해 추념비 건립작업이 추진됐다.
때마침 지난해 8월 초 광복 70주년 특집 TV드라마 ‘징비록’이 인기리에 종영되면서 충무공 이순신과 의병들의 순국정신이 재조명되었고 전북일보도 오목대를 통해 우리 지역 ‘이름 없는 400여 농민의병’의 충혼을 기리는 기념사업을 촉구했다. 이에 완주군이 추경예산에 2000만원을 긴급 편성, ‘임란순국 무명사백의병비’ 건립사업에 착수했고 400명의 농민의병이 순절한지 424년만에야 역사의 현장인 이치재에 추모비가 세워졌다.
우리 전북에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최대 격전지인 이치와 웅치 전적지가 있다. 당시 1만2000명에 달하는 이름 없는 전라도 농민의병들이 목숨 바쳐 호남을 지켜낸 곳이다. 만약 두 곳 방어선이 무너져 전주성이 함락되고 호남 곡창지대가 왜병에게 넘어갔다면 전세는 왜군에게 더 유리한 방향으로 흘렀을 것이다.
우리 선조들의 희생을 통해 나라를 지켜 낸 자긍심과 함께 이제 순국선열의 충절 현장을 잘 보전하고 역사 공원화해서 전북인의 기상과 정신문화로 계승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름 없는 임진란 농민의병의 피가 동학농민군의 핏줄을 타고 오늘날 우리에게도 도도히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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