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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 '진주문고'

경남 진주에는 30년 역사를 가진 토종서점 <진주문고> 가 있다. 가뜩이나 서점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하나둘 문을 닫고 작은 도시마다 한두 개 토종서점들이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이 서점은 독특한 운영철학과 방식으로 어려운 시기를 딛고 일어서 진주시민들의 소중한 문화공간으로 우뚝 서있다.

 

서점은 지난 1986년 인문사회과학서적을 주로 다루는 1인 서점으로 출발해 다른 도시의 토종서점들이 겪어온 온갖 부침의 역사를 똑같이 경험했다. 한때는 부도로 문을 닫을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이러한 위기에 오히려 매장을 확장하고 확대하면서 일찍부터 철저한 정가제를 시작한 뚝심은 오늘의 진주문고를 있게 한 힘이 됐다.

 

책만 파는 서점의 역할에 작가와의 만남, 인문특강 등 독자들을 위한 문화행사와 지역밀착형 서점을 추구하면서 시민들의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고 늦은 시간까지 불이 켜져있는 거리의 도서관으로서의 기능을 더한 것은 기본. 그 덕분에 1988년 서점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확장했을 때는 진주시민 4만 명이 회원으로 가입하기도 했다. 그만큼 신뢰와 시민들과의 소통이 각별하다는 증거다.

 

들여다보면 진주문고의 생존법이기도 한 운영방식은 흥미롭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주목을 끄는 것이 ‘편집진열’ 방식이다. 서점이 지향하는 시대정신과 지역민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책이 놓여지는 ‘내 마음의 책방’ ‘월하독서’ ‘진주의 빛’이라는 이름의 기획코너들인데 이 코너에는 서점 직원들의 뜨거운 토론과 기획을 거쳐 선정된 책들이 배치된다. 이 코너는 때로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기도 하는데,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무상급식을 중단했을 때는 <개념원리 수학1> <꿈의 도시 꾸리찌바> <나는 복지국가에 산다> <밥값 했는가> <잡놈의 전성시대> 등을 ‘경남도지사에게 권하는 책’으로 배치해 화제가 됐다.

 

지난해 서점은 새로운 콘텐츠로 모험에 나섰다. 지역출판사 ‘펄북스’ 설립이다. 지난주 강연 차 전주에 온 여태훈사장은 지역출판사를 연 이유를 “오랫동안 책을 팔면서 책을 만들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망도 있었지만 진주문고를 있게 해준 진주 시민들에게 빚을 갚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소개했다. 지역 콘텐츠를 지역 출판사가 책으로 만들어내는 문화 환경을 일구어 가고 있는 진주문고가 1년 동안 펴낸 책은 다섯 권. 올해도 열권의 책이 기획되어 있다. 지역 주민들과 한 몸이 된 토종서점과 그 서점을 지켜내는 시민들의 문화의식이 새삼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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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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