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변호사인가 정치인인가. 현행 국회법상 변호사 신분을 유지하면서 국회의원으로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둘 중 하나로 정리할 필요가 없다. 변호사·교수·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의 경우 흔히 직업정치인이 아닌 것처럼 비쳐지는 이유다. 그러나 전문직들도 일단 정치권에 발을 디딘 후 직업정치인으로 자리를 굳히는 게 대부분이다. 선거에서 떨어져 일시적으로 옛 직업으로 돌아가더라도 계속 정치권 주변에서 재기를 노리는 사람들이 많다. 정치가 그만큼 중독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까지 왜 많은 욕을 먹는 정치세계에 앞다퉈 뛰어들까. 정치 입문 동기에 대한 조사결과는 없지만, 자신이 몸담아온 사회의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라거나 자신이 바라는 이상사회 실현을 위해서라는 답이 많을 것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 정치니까. 실제 어린 시절부터 그런 정치인을 꿈꾸며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분도 있을 테고, 정치인이 된 후 그런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멸사봉공의 그런 사람들에게 많은 박수와 격려가 따라야 하는 게 당연하다.
제20대 총선에 나서는 전북지역 후보 47명의 모습이 드러났다. 현역 국회의원 6명을 포함해 기성 정치인이 절반을 웃도는 28명이다. 여기에 변호사·교수·의사·법무사·건설업·출판업·농업·사회운동가 등 여러 분야의 직업과 활동가들이 이번 4.13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표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실제 올 총선에서도 새로운 얼굴들이 많지 않다. 기성 정치인으로 분류되지 않은 후보들의 상당수도 정치권 주변의 직업정치인들이기 때문이다. 마을이장을 경력으로 내세운 후보가 참신하게 느껴지는 정도다.
정치를 직업으로 삼는 현실을 탓할 수 없다. 입신양명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실제 정치 입문까지 많은 고뇌와 결단 없이는 어렵다. 세상에 나를 드러내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막스 베버는 20세기 초에 이미 정치를 생계수단으로 삼는 직업정치가들의 등장에 주목했다. 지금까지도 정치학의 고전으로 읽히는 <직업으로서의 정치> 에서 베버는 자기중심적 성취욕을 앞세우는 허영심을 경계 대상에 올렸다. 대신 정치를 직업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에게 ‘열정’ ‘책임감’ ‘균형감각’의 자질을 요구했다. 기존 직업정치인이나 새로 직업정치인이 되려는 후보들이 최소한 이 세 가지의 자질을 갖고 있는지 자문해보자. 직업으로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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