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때 외할머니께서 병아리 10마리를 주셨다. 잘 키워 몸보신 하라는 것이었다. 미꾸라지와 개구리를 잡고 부모님 몰래 쌀독의 쌀까지 퍼내 정성을 쏟으니 병아리들도 잘 자랐다. 닭장수에게 판 2500원으로 병아리 100마리를 샀다. 닭을 사고, 또 팔면서 이리농고 시절에 씨닭(종계) 5,000마리, 돼지 700두를 기르는 농장주가 되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나의 사업 이야기’에서 밝힌 성공 신화는 이렇게 놀이삼아 키운 닭에서 시작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올 대기업집단에 하림이 포함됐다. 국내 통틀어 65개가 대기업집단에 지정됐으며, 하림을 포함해 6개 대기업이 새로 포함됐다. 하림은 지난해 해운업체 팬오션을 인수하면서 자산총액이 9조9000억원으로 늘어 재계 38위의 명실공히 ‘재벌’의 반열에 올랐다.
대기업집단에 포함되면 상호출자와 계열사간 채무보증, 일감 몰아주기 등 많은 제한을 받기 때문에 하림 입장에서는 좋은 것만은 아닐 수 있다.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에 따른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고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 30여개 법령에서 규제를 받는다. 그럼에도 닭고기를 판매하는 중소기업 정도로 여기는 소비자들에게 하림의 브랜드 가치와 대외적 인지도를 높이는 등 긍정적 효과도 클 것이다. 특히 전북을 본사로 한 대기업집단의 탄생에 지역적으로 크게 자축할 만한 일이다.
과거 대상그룹이나 삼양사 등이 대기업 반열에 올랐으나 전북 연고기업일 뿐 본사와 많은 사업체를 전북에 둔 하림의 경우처럼 지역과 밀착되지는 못했다. 하림의 뿌리는 1978년 김 회장이 세운 익산 황등의 육계농장이며, 국내 최대의 도계가공공장·육가공공장·배합사료 공장·부화장 등 닭고기 관련 주요 시설들이 모두 전북지역에 있다. 최근 2000억원대를 투자해 종합식품공장을 신설하는 대단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곳도 익산지역이다.
2003년도 익산 망성공장이 전소됐을 당시 전북 도민들이 함께 아픔을 같이 하며 대대적으로 응원에 나설 만큼 지역민들의 사랑도 각별하다. 김 회장은 익산공장을 재가동 하면서 “품질로써 일류가 되는 길이 하림 재건에 보내준 도민 성원에 보답하는 길이다”고 다짐했었다. 식품산업의 역사를 새로 쓰며 글로벌기업으로 재계에 우뚝 선 하림이 자랑스럽다. 하림의 신화가 이제 전북이 힘을 내는 데 좋은 기운을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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