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분자주가 전국적인 명주로 자리를 굳힌 데는 원료의 효능에 대한 믿음이 큰 몫을 했다. 소변줄기에 요강이 뒤집어진다 해서 붙여진 ‘복분자’이름에 술자리를 즐겁게 할 이야기를 입히고, 애주가들이 삼색주 등 다양한 빛깔의 제조법들을 등장시킨 것도 매력이었다. 독특한 향과 감미로운 맛에 비애주가나 여성들도 부담 없이 찾았다.
복분자는 농가의 소득원으로서 뿐 아니라 지역 명주로서 자부심을 갖게 했다. 2000년 서울 ASEM(아시아 유럽 정상회의) 연회장 건배주로 고창 복분자주가 채택됐으며, 각종 권위 있는 품평회의 앞자리에 매년 이름을 올렸다. 주류 대기업들이 복분자주 제조에 뛰어들면서 시장을 넓혔다. 캐나다 등지로 수출길을 열며 전통주의 세계화 가능성에 도전했던 과일주도 바로 복분자였다.
과일주의 이정표를 세워온 이 복분자가 올 판로난을 겪는다고 한다. 20년 전 100톤 안팎에 불과했던 복분자 생산량이 올 5000톤에 이를 만큼 매년 증가하면서다. 오디와 블루베리, 블랙베리, 아로니아 등 복분자 대체제들의 생산량이 크게 증가한 것도 복분자에게 위협적 요소다.
복분자 사주기 운동과 자치단체 등의 지원으로 일단 재배농가의 판로난은 넘긴 모양이다. 그러나 과일주 대표선수가 호흡기를 대고 연명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정책적 지원과 국민적 인기 속에서 복분자만의 매력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나 돌아볼 필요가 있다. 술 뿐 아니라 복분자를 활용한 과자 등 여러 제품들이 만들어지긴 했으나 술 이외 제품들은 존재감조차 없다. 시장 환경도 많이 바뀌었다. 복분자의 정체 속에 다른 베리종 생산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복분자 이외의 다른 베리 생산 역시 전북이 중심에 있다. 복분자와 다른 베리종들을 경쟁구도가 아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연계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으면 좋겠다. 지리적 표시제까지 등록된 전북의 자산인 복분자의 새로운 진화가 필요한 때다.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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