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쪽에서 현역 국회의원이 취임한 것은 지난 1996년 15대 총선 때 군산에서 신한국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했던 강현욱 이후 처음이다. 강현욱 전 의원이 16대 때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기는 바람에 전북지역에서 현역 부재상태가 계속됐으니 새누리당으로선 무려 20년만에 금배지 도당위원장을 출범시킨 셈이다. 전주로 한정하면 1984년 임방현 의원 이후 처음이다.
물론 그동안 한나라당 의원이 잠깐 존재하기도 했다. 16대 국회 말인 2004년 2월, 한나라당 이상희 전국구 의원이 탈당하는 바람에 한나라당 전북도지부장을 지낸 김영구씨가 의원직을 승계받았다. 정운천 위원장 취임식에는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심재철 국회부의장, 이주영·이정현·주호영 의원 등 당대표 후보, 최연희·이장우·함진규 최고위원 후보, 김현아 대변인 등 10여 명의 국회의원이 참석했다. 송하진 전북도지사와 황현 전북도의회 의장, 김승수 전주시장도 자리했다. 지난 20년간 수차례의 도당위원장 취임식이 있었는데 집안잔치는 매번 쓸쓸했다. 하지만 이번 취임식은 새누리당의 존재감이 드러났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농수산부장관 임명장을 받을 때까지 정 위원장은 전남 해남의 한 키위 농사꾼이었다. ‘참다래’라는 국산 키위브랜드를 만들었고, 참다래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 농업에 회사 개념을 도입하는 등 농업 생산과 유통 분야에서 남다른 면모를 보였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전국 순회 도중 그의 존재를 알았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초기 내각 구성 때, 얼마전 대기업 반열에 오른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을 농수산부장관으로 낙점하려했지만 김 회장이 고사하는 바람에 후순위였던 정운천씨에게 기회가 돌아갔다는 후문도 있었다. 농사꾼에서 장관으로 발탁된 정운천씨는 관운이 짱짱하지는 못했다. 장관이 된 지 얼마 안돼 광우병 사태가 터지는 바람에 결국 6개월 만에 야인 신세가 됐다.
이후 2010년 지방선거 출마 등 정계 진출 3수만에 20대 국회 금배지를 단 정운천 위원장은 최근 새누리당 최고위원 물망에도 올라 있다. 정운천 최고의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그가 초심을 잃지 않고 진력해 나간다면 그에게도, 새누리당에게도, 전북에게도 큰 결실이 있지 않겠는가.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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