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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비우기

세끼 밥 먹고 살기가 여간 쉽지 않은 세상이다. 이 말은 인간답게 살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간 앞만 보고 죽어라고 일만 하다 보니까 물질은 어느 정도 충족된 듯 싶지만 정신 세계는 오히려 공허한 느낌이다. 인간답게 사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예전에는 잘 사는 사람이나 못 사는 사람이나 밥 먹고 사는 게 비슷했지만 요즘은 그게 아니다. 양극화가 이를 잘 말해준다. 농업이 근간을 이뤘을 때만해도 개천에서 용 나는 출세의 사다리가 마련돼 있었지만 지금은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 흙수저로 나눠져 있을 정도로 계층 구분이 심하다. 교육부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의 국민을 개 돼지라고 한 망언이 공분을 샀던 것도 다 이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요즘 워낙 생존경쟁이 치열한 탓인지 인간미가 갈수록 사라져 가고 있음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불과 한 세대전만해도 따뜻한 인심을 느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것. 오직 나와 내 가족만 잘 살면 그만이다는 이기주의만 팽배해졌다. 자본주의 발달로 개인주의가 심화되지만 너무도 빠른 템포로 사회가 변해가는 바람에 가치혼돈 현상마저 나타난다. 양심과 선악의 구분도 흐려졌다. 경제상황이 안 좋다보니까 생계형 범죄자만 늘어간다. 먹고 살기가 어려운 사람 가운데는 교도소 가려고 일부러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까지 있다.

 

세상 살기가 힘들다 보니까 남 카드만 먼저 훔쳐 보려는 잔머리들꾼들로 넘쳐 난다. 자연히 조직이나 사회에서 간만 보려는 사람이 많아졌다. 자신이 그 조직을 위해 열심이 헌신해서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기 보다는 뒤통수를 쳐서라도 이익만 취하려는 사람이 있다. 습관적으로 간만 보려는 사람은 주변에 사람이 없다. 항상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 하기 때문이다. 좁은 지역사회라 알게 모르게 서로를 잘 알고 있어 잔머리 굴려가며 세상 살기가 쉽지 않다. 한 두번은 속아 줄지 모르지만 영원할 수는 없다. 근본과 원칙을 지키며 진정성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 영원한 승자가 되기 때문에 그 사람의 삶이 값지고 멋진 것이다.

 

비우면 가볍다는 말이 있다. 누구나 알면서도 실천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왼손이 한일 오른손 조차도 모르게 하는 게 중요하다. 보시(布施)는 신앙인들만 하는 게 아니다. 남에게 줬다는 사실 조차도 머리속에서 잃어버려야 한다. 그게 바로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다. 우리가 땀흘려 이 만큼 살고 있기 때문에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한번쯤은 뒤를 돌아다 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올 여름 모두가 더위를 이겨 내느라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에 맘의 여유를 갖기 위해서라도 보시를 했으면 좋겠다. 가장 계절의 변화가 심한 금화교역(金火交易)철을 맞아 심신건강을 위해 맘을 비우면 어떨까. 세상 이치가 진정으로 비우면 채워지는 법이라서 그렇다. 말로만 비운다면 아무 쓸모가 없다. 보여주기식 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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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일 baiksi@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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