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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과 소리축제

이탈리아 북동부의 베로나는 중세적 매력을 갖춘 도시다. 인구 26만명의 이 도시는 지난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로 알려져 있으며, ‘춘향전’의 배경지인 남원시와 우호협력을 맺어 더 친숙하다. 고대·중세·르네상스 시대의 많은 기념물이 잘 보존된 베로나를 상징하는 건축물이 아레나(Arena) 원형극장이다.

 

2000년 전 검투장으로 지어진 베로나의 아레나 원형극장은 로마의 콜로세움보다 40년 앞섰다. 초기 맹수와 사람의 결투장으로 주로 활용됐던 이곳은 현재 지붕이 없고 외벽이 손상된 상태지만 모든 좌석에 음향이 완벽하게 전달되는 야외 공연장으로서 유명하다. 2만명 이상 수용하는 공연장은 마이크와 음향 증폭장치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성악가의 소리를 또렷이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항아리 효과’가 날 수 있게 설계됐기 때문이란다.

 

베로나의 원형극장이 오늘날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데는 오페라 페스티벌 덕분이다. 베로나 오페라페스티벌은 1913년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오페라 작곡가 베르디 탄생 100주년을 맞아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매년 6월~8월 열리는 베로나 오페라축제는 이탈리아 대중뿐 아니라 비평가들, 많은 세계 각지의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국제적으로 지명도 높은 오케스트라, 합창단, 지휘자, 작곡가들이 무대에 서는 것을 영광으로 여길 만큼 세계적인 브랜드를 갖고 있다.

 

전주는 2만명 이상 수용 가능한 아로나 같은 야외 공연장은 아니더라도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라는 좋은 공연장을 갖고 있다. 재정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전북에서 국비지원을 거의 받지 않고 이런 공연장을 만들 수 있었던 것 자체가 문화예술에 대한 전북의 높은 수준을 반영한 결과다. 지금이야 전주보다 더 좋은 공연장들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지만, 20년 전 소리전당은 전국 최고 수준의 문화시설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전주세계소리축제와 같은 야심찬 문화축제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그런 전북의 대표적 음악축제인 전주세계소리축제가 김영란법 영향을 받아 동네잔치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초대권 폐지나 리셉션 취소가 축제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세계소리축제가 허약하진 않다고 본다. 그럼에도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는 게 유감이다. 베로나는 역사성 있는 공연장에다 좋은 작품, 축제에 대한 시민들의 마음가짐이 어우러져 세계적인 축제를 만들었다. 초청장이나 리셉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민망하다.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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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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