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부대가 사회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30년 전인 87년 6월 항쟁 때이다. 박종철씨 고문치사 사건으로 촉발된 온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고, 연일 시위가 이어졌다. 사무실의 넥타이부대들은 점심이나 퇴근 시간에 시내를 오가면서 시위대와의 거리를 점차 좁히더니 6월 10일 전국적으로 펼쳐진 반독재투쟁에서는 큰 무리를 이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고, 누가 누구에게 권유한 것도 아니었는데 하나씩 둘씩 자발적으로 모이다보니 커다란 세력이 됐다. 그 엄청난 규모에 시위를 주도한 측도, 거기에 참여한 넥타이부대도 모두가 놀랐다. 그렇게 해서 무너뜨린 것이 독재권력이었고, 쟁취한 것이 대통령직선제였다. 민주주의를 쟁취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열망이 서슬퍼런 독재권력의 칼날을 압도한 것이다.
이런 넥타이부대가 최근에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순실씨 국정농단으로 일컬어지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또 SNS 등을 통해서 각종 정보를 퍼 나르고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기도 한다. 이는 예삿일이 아니다. 소시민이지만 집안에서 가장인 그들의 참여와 행동은 곧 온국민의 저항운동이고, 거부할 수 없는 물길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거국내각 등 수습책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수습보다는 진상규명이 우선이다. 정치권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30년전 6월 항쟁 때에도 6·29 항복선언을 얻어냈지만, 대선에서는 독재정권의 계승자에게 또다시 권력을 내준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선 눈 앞의 이해관계나 내년 대선에서의 유불리 등만을 따지다가는 또다시 비슷한 잘못을 범하지 말란 법이 없다. 민심을 잘 읽고 민심을 따르라. 민심이 곧 천심이다. 이성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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