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8 07:31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병신년 정유년

 

어감(語感)이 좋지 않았던, 병신년이 저물고 있다. 가는 해야 잡을 수 없지만, 우주의 주기적 운행으로 산출된 60갑자는 되풀이 되니, 결국 병신년도 다시 돌아온다.

 

대한민국은 이번 병신년에 큰 치부를 드러냈다. 많은 국민들이 선진국, 민주국가로 자랑스러워 하던 대한민국이 실은 몇몇 권력가들의 분탕질로 인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역사는 ‘2016 병신년’에 일어난 사건을 ‘박근혜·최순실게이트’로 기록할 것이다.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고선 ‘선의에 의해서 한 일’이라며 오리발을 내밀고 있는 박근혜, 모르쇠와 변명으로 일관하는 사건 관련자들의 뻔뻔함을 낱낱이 기록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국민이 탄핵하고, 국회가 탄핵하고, 검찰이 뇌물 피의자로 찍고, 특별검사가 대통령의 뇌물죄 등 광범위한 비리를 수사하고 나선 사실을 빠짐없이 적시할 것이다. 보수의 탈을 쓰고 부패 권력을 옹호하는 새누리당 친박 패거리들의 가소로운 행태를 기록할 것이다.

 

역사는 또 ‘2016년 촛불의 승리’를 기록할 것이다. 소위 ‘이 땅의 민주화’ 이후에도 부정부패, 불의 등에 항거하던 시민들은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아스팔트 위에 나뒹굴고, 방패에 찍히고, 걷어차이는 등 공권력에 짓밟혀 왔다. 5.16쿠데타, 유신독재, 전두환 군사독재의 탄압이 이 땅에서 물러갔다고 믿었던 국민에게 권력은 철가면을 쓰고 철퇴를 휘둘렀다. 봄이 온 듯 했지만 봄은 오지 않았다. 봄이 온 줄 알고 억울함을 정부에 하소연하고, 항거하던 시민들은 공권력에 짓눌렸다.

 

그리고 얻은 지혜가 촛불이었다. 시민들은 촛불을 들었다. 촛불 하나, 촛불 둘이 수십만 촛불을 만들었다. 태풍에도 꺼지지 않는 촛불, 평화로운 촛불 앞에서 공권력도 ‘공격 앞으로’를 외치지 못했다. 2016 촛불집회는 부패권력에 맞서 싸운 시민이 승리한 위대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음울한 역사를 남긴 채 기울어가는 병신년, 그 뒤로 닭띠 정유년 새해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정유년엔 특검 수사 결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과가 나온다. 그에 따라 대통령선거가 앞당겨 실시된다. 여러 세력간 대권 다툼이 치열하고, 과열과 혼란도 우려된다. 국민은 병신년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게 얼마나 바보 짓인가를 알았다. 정유년엔 똑바로 투표해야 한다. 420년 전 정유년, 정유재란의 화마가 조선땅을 휩쓸었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재호 jhkim@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