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미래발전 준비할 수 있을지 진지한 토론, 당당한 요구를
반기문 전 총장의 출마포기로 대선 시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그 수치의 결과가 얼마나 의미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한 지지도와 호감도 조사가 연일 이어지고, 후보자 진영 간의 공방도 심심치 않다. 눈치보고 견제하면서 서로 손을 잡기도 한다. 후보자들의 발걸음에서는 짧고 날카로운 겨울바람 소리가 들린다. 저마다 ‘국민’을 앞세우지만, 그 깊은 속을 알 길은 없다.
언론에서는 대선 입지자들을 잠룡(潛龍)이라고 표현한다. 용(龍)은 왕위를 의미한다. 아직은 왕이 아니지만, 언젠가는 왕위에 오를 수도 있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전제군주 냄새가 심하게 난다.
대통령이라는 이름도 그렇다. 대통령(大統領)을 글자 그대로 풀면 ‘큰 통치를 하는 우두머리’다. 국민을 위한 심부름꾼이라는 뜻으로 공무원을 공복(公僕)이라고 칭하는 것과 비교하면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국민에 대한 희생과 봉사보다는 위력을 내세워 끌고 간다는 느낌이 강하다.
영어로는 대통령을 ‘President’라고 한다. 앞에(pre-) 앉아 있는(sidere) 사람이라는 뜻으로 사회를 보거나 회의를 주재하는 역할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골고루 듣고 설득하고 타협함으로써 대다수가 원하는 결론을 이끌어 내는 사람이다. 국민을 대표하지만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고 국민을 위해 희생한다는 의미가 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제2조 2항),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제7조 1항)는 헌법 조항에 비춰 봐도 대통령보다는 프레지던트가 더 알맞은 듯하다.
대통령이라는 이름 탓일까? 대선을 바라보는 국민들 사이의 편 가르기가 거칠다. 자신이 좋아하는 후보에 대해서는 설득수준을 넘어서 지지를 강요하기도 한다. 현 정권과 닮은 또 다른 정권이 들어서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경계심이 그 밑바닥에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군주적 대통령제의 폐해, 그리고 타오르는 촛불과 그 촛불을 폄훼하고 짓밟는 행태를 똑똑히 목도했기 때문이리라.
이런 상황에서 반기문 전 총장의 출마 포기는 의미가 자못 크다. 전통적인 여와 야의 대결구도에 대한 변화의 조짐이기 때문이다. 보수진영에서는 황교안 총리니 뭐니 하면서 대안을 찾고 있지만, 쉽지는 않을 듯하다. 보수의 필요성을 백번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국민들의 가슴에 안겨준 상처와 아픔에 비할 수 있겠는가?
지금 상황이라면 보수진영에서는 후보자를 찾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집권당으로서의 국정실패에 대해 사죄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먼저다. 여권 후보가 9명이나 되니 어쩌니 하는 말들은 국민의 정서와는 너무 거리가 멀어 보인다. 철저한 자기반성과 환골탈태의 노력이 있어야 다시 미래를 기약할 수 있지 않겠는가.
올 대선은 국민들의 잔치마당이 돼야 한다. 그 것이 매서운 추위 속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촛불을 들어 온 국민들에 대한 보답이다.
타 후보에 대한 배척과 지지 후보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은 우상화와 다르지 않다. 국민을 떠받드는 봉사자가 아닌 국민이 떠받드는 군주를 뽑을 때나 있을 법한 일이다. 이제는 누가 당선되느냐에 대한 관심 못지않게 어떤 나라와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누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일하고 국가의 미래발전을 준비할 수 있을지, 면밀하게 살펴보고 진지하게 토론하고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그 것이 국민이 왕이 되고 대통령이 국민의 종이 되는 길이다. 이 것이 또한 국민된 사람으로서의 책임이자 의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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