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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철

김장철이다. 배추 폭은 차올랐고, 무는 금방 뛰쳐나올 기세다. 김장은 일찍하면 빨리 익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보통 눈발도 날리는 추운 초겨울에 했다. 그걸 김치냉장고가 깼다. 11월에 김장해도 이제는 신김치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배추는 1950년 귀국한 우장춘 박사가 조국에 준 값진 선물이다. 그 당시엔 토종인 경종배추가 있었다. 그런데 속이 꽉 차지 않는 반결구배추여서 김치 양이 많지 않았다. 1950년대는 일제에서 해방된 지 5년 만에 터진 6·25전쟁 폐허 속에서 식량난이 심각했다. 보릿고개, 배고프던 시절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우장춘 박사가 배추 품종 개량에 성공, 지금처럼 속이 꽉 차고 풍성한 폭배추를 내놓았으니 그 고마움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물론 입맛에 따라 식감이 연한 폭배추보다는 ‘씹는 맛이 살아있다’며 경종배추김치를 찾는 이도 간혹 있지만, 속이 꽉 찬 배추를 네 등분하여 담그는 김장이 사람들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것 만은 분명해 보인다.

 

김치가 글로벌 시장에서 관심을 받은 건 오래다. 약 10년 전에 미국 건강잡지 헬스가 일본의 낫토, 인도의 렌틸콩, 그리스의 그릭요거트, 스페인의 올리브유와 함께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김치축제는 김치를 바라보는 세계인들의 시선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김치담그기 체험행사에 참여하려는 프랑스인들이 현장에 몰려들어 길게 줄을 섰는데, 무려 10대1의 경쟁률이었다.

 

김장김치 담그기에서 튼실한 배추와 무 등 주재료 외에 중요한 것이 갖은 양념이다. 올해 고추는 탄저병 때문에 수확량이 적어 1근 값이 2만 원 전후에 형성됐다. 고추값이 비싸다고 해서 백김치를 담글수는 없는 일이다. 값이 싸든, 비싸든 고춧가루가 들어가야 김장김치다.

 

고춧가루 뿐 아니라 찹쌀가루와 액젓이 들어가야 한다. 그 뿐인가. 생새우·양파·마늘·해초·생강, 배 등을 갈아서 넣는다. 미나리와 파를 쑥쑥 썰어 넣고, 깨소금도 듬뿍이다. 기호에 따라 굴을 넣는 집, 사과를 집 등 가가호호 김치 담그기는 각양각색이다. 그렇게 담가서 대도시 자녀들에게 택배 공수하니, 늦가을부터 초겨울의 택배시장은 햅쌀과 김장김치가 대세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김장담그기도 풍속도가 크게 변했다. 절임배추를 구입, 아파트에서 각자 담그는 집이 늘어가고 있다. 노령인구가 늘어가는 그늘이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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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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