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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링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때 서울 명동은 늘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일제시대 주로 일본인들이 거주했던 이 일대는 상대적으로 부유한 곳이었고 수많은 상점과 금융가 등으로 번창했다.

 

그런데 명동 입구쪽에 보면 ‘고려 대연각타워’가 있다. 요즘엔 사람들이 별생각없이 그 건물앞을 스쳐 지나가지만 사실 엄청난 사연이 서린 곳이다. 국민들 뇌리에 생생한 대연각호텔 화재 참사가 있었던 곳이다.

 

1971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아침. 대연각호텔 1층에서 발생한 화재는 무려 166명 사망, 68명 부상, 25명 행방불명으로 이어졌다. 사망자 중 무려 38명은 화마를 피해 뛰어내리다 참변을 당했다.

 

TV도 별로 없던 시절이었지만 현장이 생생하게 보도됐다. 스프링클러도, 고가사다리차도 제대로 없던 상황에서 청와대 헬기까지 동원되고 현직 대통령, 주한미군까지 모두 나와 재난을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대연각화재는 이후 1974년 개봉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재난영화 ‘타워링’의 모티브가 됐다고 한다. 타워링은 폴 뉴먼, 스티브 맥퀸, OJ 심슨 등 유명 배우의 출연으로 더욱 성가를 높였다. 사실 영화 ‘타워링’은 서로 다른 소설 2개를 바탕으로 했기에 실제 대연각호텔이 모티브가 됐는지 여부는 확인할 길이 없으나 어쨋든 인간의 탐욕과 부주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경고한다.

 

며칠전 인구 13만의 도시 충북 제천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무려 29명이 숨지는 참사가 있었다. 대학에 갓 합격한 딸과 엄마, 그리고 외할머니까지 3대 모녀가 한꺼번에 숨진 사례는 많은 이의 눈시울을 적셨다.

 

세월호 때처럼 이번에도 건물주나 관리인 등 사정을 잘아는 사람들은 모두 무사했고, 건물 사정에 익숙치 못한 이들만 희생됐다.

 

대연각호텔 화재 이후 무려 46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제천 참사를 보면 아직 우리 사회는 의식의 선진화, 관행의 선진화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엊그제 성탄 연휴때 집 주변에 있는 사우나를 가보니 한참 많아야 할 시간에 사람들이 없었다.

 

한 관리인은 “제천 참사 여파 때문인지 요즘엔 사람들이 찜질방이나 사우나에 오지 않을뿐더러, 이따금 오는 사람들도 비상구 위치부터 묻는다”고 귀띔했다.

 

OECD 회원국 대한민국은 모든 면에서 어느 선진국에 견주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살펴보면 아직 선진국 반열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요원하다.

 

명동성당 염수정 추기경이 성탄메시지를 통해 이 사회의 지도자들에게 ‘생명존중’을 강조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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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병기 bkweegh@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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