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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 태권도

정치색이 적은 스포츠를 매개로 국가 간 관계 개선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흔히 ‘핑퐁 외교’를 떠올린다. 1970년대 국교가 없었던 미국과 중국이 탁구 친선경기를 계기로 미·중 수교의 물꼬를 튼 것을 두고서다.

 

우리 예술단과 함께 태권도시범단이 남북 화해 분위기를 만드는 선봉에 섰다. 북한 중앙통신은 2일 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 태권도시범단 합동 공연과 관련, 남측 시범단의 공연에 대해 “음악선율에 맞추어 다양한 무도기술과 수법들을 펼쳐 보였다”며 “그들은 여러 타격 동작들과 각이한 격파 동작들을 비롯하여 공격과 방어수법들을 활용한 태권도 기술동작들을 원만히 수행함으로써 관람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고 전했다. 북측 시범단의 공연에 대해서는 “정확한 타격들과 꺾기, 메치기 등 세련된 기술 수법으로 적수들을 순식간에 제압하는 호신술은 우리 태권도의 위력을 잘 보여주었다”고 평했다.

 

남북 시범단들이 1시간짜리 짧은 합동공연이었지만 태권도를 통해 남과 북이 하나가 되고, 평화와 화합의 강한 메시지를 전했다.

 

이번 공연은 북한이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조성된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이어가자며 우리의 예술단과 태권도시범단의 평양 방문을 요청하면서 이루어졌다. 한국 태권도시범단이 평양을 방문해 시범공연을 하는 것은 16년 만이다. 2002년 9월 평양 태권도전당에서 시범공연을 펼쳤던 게 분단 후 처음이었다.

 

남북 간 교류가 이리 뜸했지만, 태권도는 1950년대부터 국제사회에서 민간외교의 대명사였다. 가난한 나라의 교포들을 얕잡아보던 시절에도 미국사회에서 태권도 지도자에 대해서만은 ‘써(sir)’라는 존칭을 사용했을 정도로 대우를 받았다. 전 세계 5000만명 이상의 태권도 인구가 있을 만큼 국제적으로 널리 보급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부터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남북의 태권도는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태권도 국제경기단체도 한국을 중심으로 성장한 세계태권도연맹(WT)과 북한 주도로 발전한 국제태권도연맹(ITF)으로 나누어졌다. 다행히 남북 태권도는 2014년 두 세계 단체 간 상호 인정과 존중과 교차출전 등을 골자로 한 의정서를 체결한 후 교류의 물꼬가 텄다. 지난해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때 무주와 전주에서 북한 태권도시범단의 공연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엊그제 태권도가 우리나라 국기(國技)로 지정됐다. 태권도법 법률 개정을 통해서다. 태권도는 그동안 관습적으로만 국기로 인식됐다. 남북의 벽을 허무는 멋진 발차기가 ‘태권도 외교’에서 나오길 기대해본다.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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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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