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간 경쟁은 좋은 위치의 선거사무소를 차지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선거철이면 매번 현수막이 걸리는 곳들이 따로 있다. 과거 당선자를 냈던 건물의 경우 더욱 인기다. 매번 낙선자만 나왔던 건물이라고 해서 기피 대상은 아닌 것 같다. 교통량이 많고, 멀리서도 눈에 확 띄는 건물을 선거사무소의 명당자리로 여기기 때문이리라.
선거사무소가 그저 캠프 사람들이 쓰는 사무실이라면 비싼 돈을 들여 공을 들일 필요가 없다. 선거사무소 본연의 기능보다는 오히려 선거 현수막이 갖는 효과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실제 선거운동 기간이 선거일까지 단 2주일뿐인 상황에서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소 현수막은 매우 강력한 선거운동 수단이다. 신인 정치인의 경우 인지도를 높이는 데 오프라인에서 이만한 수단을 찾기도 힘들 것이다.
유권자의 시선을 잡을 수 있는 선거 현수막은 어떤 것일까. 경기도의 한 기초단체장 후보는 물구나무 선 사진과 함께 ‘생각을 바꾸면 색깔이 아니라 인물이 보인다’는 현수막으로 눈길을 끌고 있단다. 정동영 의원이 대선 패배와 서울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낙선한 후 2008년 전주 보궐선거 때 걸었던 ‘어머니, 정동영입니다’의 현수막은 여러 비난도 있었으나 당시 유권자들을 크게 움직였다.
그러나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주시내에 걸린 후보들의 선거 현수막 중 확 눈에 띄는 걸 찾기 힘들다. 거의가 후보의 대형 사진과 이력, 정당, 추상적인 구호 등으로 이뤄져 있다. 차이가 있다면 오로지 현수막의 크기 정도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현수막마저도 선거공해로 여기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정책에 대한 뚜렷한 메시지도 없고, 감동을 줄 만한 문구도 없이 그저 크기에만 함몰된 때문이리라. 미래·소통·서민·복지·일자리·발전·행복 등 추상적인 구호에 유권자가 감동할 리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하는 합성사진까지 걸어놓으면서 정작 후보의 메시지가 없는 경우도 있다. 오죽하면 선거 현수막 규격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을까.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31일부터는 후보 사무실이 아닌 길거리에서도 선거 현수막을 만날 수 있다. 현수막 공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지방선거다운 슬로건이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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