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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 정치

박원순 서울시장은 폭염으로 치닫던 지난달 22일 서울 강북구 삼양동의 한 옥탑방에 살림을 차렸다. 박 시장은 역대 기록을 싹 엎을 만치 폭염과 열대야가 계속된 상황에서도 에어컨 없이 한 달을 지냈다. 편익시설이 잘 갖춰진 번듯한 관사를 두고 옥탑방 살이를 택한 박 시장의 행보를 두고 말들이 많았다.

비판적 시각에서는 박 시장의 옥탑방 체험을 전형적인‘정치쇼’라고 폄하했다.“취사시설이 없는 옥탑방에서 비서들이 가져다주는 밥을 먹고 어찌 제대로 된 옥탑방 취약계층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겠느냐”“서울시장 3선의 박 시장이 주거취약계층의 현실을 모를 리 없음에도 굳이‘옥탑방 체험’에 나선 것은 그저 서민 코스프레의 정치 이벤트에 불과하다”등의 말로 박 시장의 진정성을 의심했다.

그러나 아무리 정치쇼였다고 하더라도 박 시장의‘옥탑방 정치’가 던진 화두는 결코 작지 않았다. 서울시장이 직접 옥탑방 살이에 나선 것만으로 취약계층의 열악한 주거환경이 여론의 관심을 모았다. 박 시장은 옥탑방 살이를 끝내면서 강남북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강북의 생활기반시설 확충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수십 년간 이뤄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결단과 투자, 혁명적 정책 방향 전환 없이는 과거와 같은 정책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를 덧붙여서다. 이런 강북 구상을 내놓기 위한 잘 계산된 꼼수일지라도 직접 체험을 통해 나온 낙후지역을 위한 정책이라는 데 누가 쉽게 토를 달 것인가.

지방자치는 기본적으로 생활정치다. 자치단체장은 이벤트 없이도 늘 시민과 함께 하는 게 맞다. 그럼에도 선거가 끝남과 동시에 단체장은 특별한 사람이 되고, 현장과 괴리되는 정책을 펴는 경우가 많다. 민선 7기가 시작됐으나 전북의 상황은 어둡기만 하다. 그저 조용히, 묵묵히 서민들 속에서 뚜벅뚜벅 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같은 이벤트라도 벌여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단체장이 있기나 한가. 지역 현안을 확 뚫을 전북 단체장의 시원한 정치쇼라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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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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