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에서 박물관 관광이 빠지지 않는다. 특히 유럽 패키지여행의 경우 박물관에서 시작해 박물관으로 끝나는 여행이 허다하다. 짧은 여행 동안 유럽 여러 나라를 돌며 많은 것을 보고 싶어 하는 관광객들의 호기심과 욕심을 채워주는 데 박물관만한 것을 찾기도 힘들게다. 유럽 국가들에게 박물관은 황금알을 낳는 관광산업의 중심에 있는 셈이다.
유럽의 박물관이 지구촌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힘은 기본적으로는 유럽의 역사를 세계사의 중심으로 여기는 데서 나온다. 책과 방송 등에서나 접했던 유럽의 역사와 유물, 걸출한 작품들을 직접 현장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여행자들에게는 감동이다.
그러나 유럽의 박물관이 그저 과거 유물만으로 오늘의 명성을 쌓은 것은 아니다. 유럽 국가들은 이미 200여년 전부터 박물관 유물들을 대중들에게 전시하고, 사회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고민했다. 청소년들에게 주기적으로 박물관 유물들을 접할 기회를 주고, 박물관 연계학습과 체험학습의 장으로 활용해왔다. 일반 주민을 위한 평생교육센터로서의 역할도 박물관의 중요한 책무로 여기고 있다. 관광객들에게 화려한 유물만 보이지만, 박물관 자체적으로 학교 및 지역사회와의 소통에 큰 비중을 두며 내발적 발전을 해온 것이다.
국내에서도 국공립 외에 민간의 전문 박물관 등 다양한 형태의 박물관이 크게 늘면서 박물관이 박제된 공간에서 벗어나 문화예술교육의 장으로서 활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문 인력 부족과 교육프로그램 미흡, 관람객들의 외면 속에 박물관의 벽은 여전히 높다.
천진기 국립전주박물관장이 임기 내 연간 100만명의 관람객을 모으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엊그제 인터뷰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그 방법으로 동창회나 친목회, 생일잔치를 하더라도 통째로 빌려준다는 것이다. 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프로그램 하나를 듣는 게 조건이란다. 아이들이 박물관에서 종일 놀고먹고 낮잠 잘 수 있도록 어린이박물관을 대대적으로 개편할 계획도 밝혔다.‘국립’을 이유로 잔뜩 힘만 주는 기관들이 도내 얼마나 많은가. 천 관장의 포부가 신선하다. 국립전주박물관이 지역사회와 소통을 통해 어떤 모습으로 달라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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