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하회마을은 낙동강 줄기가 삼면을 감싸 안고 있는 독특한 지형과 빼어난 자연경관, 조선시대 한옥의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풍광이 더없이 운치 있고 아름다운 마을이다. 마을전체가 중요 민속자료로 지정될 만큼 유형·무형문화유산이 잘 보존되어 있는 이 마을은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보존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지금은 연간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가고 있으니 대표적인 관광지로 꼽힐만하다.
하회마을이 요즈음 때 아닌 분쟁으로 시끄럽다. 마을에서 운행되는 전동차가 분쟁의 주범이다. 그런데 분쟁의 속내를 들여다보니 그 이유가 마을 안 골목길을 달리는 전동차들의 폐해 때문이 아니라 마을 안의 업체와 밖에 있는 업체 사이에 운행 독점권을 둘러싼 싸움이다.
하회마을에 전동차가 운행되기 시작한 것은 2년 전이다. 영업을 하고 있는 업체는 하회마을의 안에서만 4개, 전동차 80대를 운행하고 있단다.
상상해보자. 600년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마을의 느티나무와 고즈넉하고 운치 있는 하회마을의 골목길, 조선시대 선조들의 삶이 배인 한옥과 정갈하고 멋스런 흙담 사이를 누비고 다니는 전동차들의 행렬을…….
일본 나가노현의 작은 마을 ‘쯔마고’가 생각난다. 쯔마고는 에도시대, 교토에서 도쿄를 잇는 길에 형성된 여관마을이다. 일본 정부는 전국적으로 형성됐던 69개 여관마을 중 보존이 잘되어 있는 6개 마을을 ‘중요전통적건조물보존지구’로 지정했다. 그중에서도 400년 역사를 가진 쯔마고는 최고로 꼽히는 마을이다. 이 마을에는 주민들 스스로 만들어 지키고 있는 규정이 있다. ‘팔지 않는다. 빌려주지 않는다. 부수지 않는다’는 구호를 내세운 일종의 규약이다. 마을 사람들이 이 규약을 충실하게 지켜오고 있는 덕분에 쯔마고는 여전히 오랜 역사와 전통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다. 사시사철 외국인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이 마을에서는 걷고 쉬면서 전통가옥과 문화유산을 둘러보는 관광객들의 모습까지도 아름다운 풍경이 된다.
전동차를 받아들인 하회마을도 쯔마고처럼 오래도록 원형을 간직할 수 있을까. 오직 편하고 빨리 마을을 둘러보는 수단으로서의 전동차의 존재는 아무래도 위험하다.
관광을 앞세워 망가지고 있는 오래된 유산들이 적지 않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전주의 한옥마을에도 전동차가 달린다. 큰 길 작은 길을 가리지 않고 전동차가 달리는 한옥마을은 제 정취를 잃은 지 오래다. 우후죽순 늘어난 전동차 가게는 도로를 점령하고서도 당당하다. 안전사고까지 가세했지만 행정의 규제도 닿지 않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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