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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 개띠의 퇴장

해마다 이맘때쯤 되면 사람들은 다가오는 새해를 기다린다. 십간십이지 조차 제대로 모르는 젊은이들도 황금개띠인 무술년을 보내면서 밝아오는 돼지해(기해년·己亥年)를 반긴다.

황금돼지의 해인 내년엔 재물과 행운이 바짝 다가오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중국이나 우리나라의 경우 역사적인 사건이 있을때면 늘 십간십이지를 붙였다. 임진왜란, 을사조약, 무술정변, 신해혁명 하는 식이다.

띠 이야기를 할때 빼놓을 수 없는게 바로 ‘묻지 마라 갑자생(甲子生)’이다. 1924년(갑자년)생을 말하는 것으로 질곡의 세월을 겪어온 세대를 대표하는 말이다. 일제치하 20대 초반에 사할린 등에 징집돼 죽게 고생을 했고, 해방이 돼 귀국하자 곧바로 6.25가 터져 전쟁의 참상을 겪었다. 배운것 없고 가진것 없이 가장이 된 이들은 평생 가족을 부양하면서 제대로 호강한번 못해보고 삶을 마감했다. 평생 얼마나 고생했는지 물어볼 필요도 없다는 뜻이니 ‘묻지마라 갑자생’참으로 슬픈 말이다.

이들보다 한 세대쯤 후에 태어난 ‘58년 개띠’ 또한 상징성이 크다. 한국 전쟁으로 어수선했던 사회 분위기가 수습된 1958년 태어난 이들은 베이비붐 세대를 대표한다. 1958년생은 92만17명으로 처음으로 90만명을 넘어섰다. 폭발적인 인구 증가의 신호탄이었는데 그게 큰 힘이었음을 인구절벽 시대에 처한 뒤에야 깨닫게 된다.

‘58년 개띠’는 격동하는 현대사 속에서 가장 중심에 있었다. 대거 초등학교에 입학했으나 교실이 모자라 2부제 수업을 받는것은 흔했고, 선배들과 달리 추첨에 의해 중학교에 진학했다.

중학교 3학년때(1973년) 서울의 고등학교 평준화 제도가 첫 도입됐고, 대학 이후에는 유신정권의 몰락과 신군부의 등장, 전대미문의 IMF를 겪으며 치열하게 살았다.

‘58년 개띠’로 상징되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대거 퇴직하면서 공직이건 민간 부문이건 엄청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1955년부터 1963년까지 출생 붐이 일면서 태어난 690만 명의 베이비부머들은 한국의 최대 인구 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들 베이비부머들은 ‘할 것도, 갈 곳도, 돈도 없는’3무(無) 지대에 머물기 십상이다.

한 세대는 가고 또 한 세대는 오는게 세상의 이치다. 태어나면서부터 환갑(60세)을 맞는동안 치열하게 살아온 58년 개띠는 오늘 특별한 성탄절을 맞는다. 기성 조직에서 퇴장하는 이들에게 다가오는 기해년이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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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병기 bkweegh@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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