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에 피는 햇살 강산은 열려, 금만경 넓은 들에 굽이는 물결~”
김해강 작사, 김동진 작곡의 ‘전북의 노래’앞 구절이다. 3절 첫 소절은 “삼백만 도민들아 모두 나서라”로 시작한다. 작사 당시 전북의 인구수가 약 200만명 남짓이었으나 전북의 번영을 전제로 300만 도민을 상정한게 아닌가 싶다. 기대와 달리 전북의 인구는 마지노선인 185만명도 무너졌다. 수도권 집중 현상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기가막힐 일이다. 전북 엑소더스의 결정적 원인은 부족한 일자리와 교육 인프라며 고속도로와 KTX도 단단히 한몫했다.
KTX 얘기가 나오다보니 한 장면이 떠오른다.
지난 3일 전주상공회의소가 주최한 기해년 신년인사회가 호텔르윈에서 열렸다. 지사, 교육감, 전주상의 회장 등의 인사말에 이어 현역 국회의원들이 한마디씩 덕담을 하는 순서에서 익산 출신 이춘석 의원이 이례적인 발언을 했다. 익산에서 (서울가는거 보다) 전주가는게 더 부담스럽다고 운을 뗀 그는 “전주뿐 아니라 익산을 비롯한 도내 전 지역이 고루 잘 살고, 모든 판단을 할때 전주 위주로 하지 말아달라”는 주문이었다. “긴 말 하지 않아도 제가 왜 이런 말씀을 드리는지 잘 알 것”이라고 말한 그의 속내를 모르는 이가 없다. KTX 혁신역이 그 중심에 있다. 도내 지도자들이 각 시군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전주 중심으로만 판단하느냐는 항변이었다. 그의 말에 일리가 없는게 아니다. 모든 걸 다 전주에 빼앗긴다고 여기는 익산 지역 일부 정서가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춘석 의원이 누구인가. 호남 유일의 집권 여당 3선의원, 직전 사무총장, 차기 기재위원장이다. 단순히 선거구를 넘어 전북에 가장 도움될 수 있는게 무엇인지 살피고, 좀 더 넓게는 어느것이 국정에 더 도움을 되는지 판단할 위치에 있다. 언젠가 그는 “KTX 전북 혁신역 신설은 없다는데 정치생명을 걸었다”고 밝혔다. 익산 선거구민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나 과연 그게 집권여당 사무총장이 정치 생명을 걸 만큼 엄중한 것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익산의 것을 빼앗아서 전주만 이득을 보면 안되지만, 결과적으로 전북의 파이를 키우는 방안이 무엇인지는 이 의원 자신이 더 잘 알것이다. 이낙연 총리의 흑산도 공항 추진,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세종역 신설 움직임을 보면서 정계 거물인 이춘석 의원도 뭔가 느끼는게 있을 것이다. 단순히 익산 것을 전주에 빼앗긴다는 시각에서 벗어나 전북의 파이를 키워 결국 익산도 더 발전하는 묘안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수도권 집중에서 벗어나 익산도 살고 전주나 김제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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