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을 덮친 강진과 쓰나미로 인해 숨지거나 실종된 사람의 수가 무려 4340명에 달했다. 최대 피해지역인 팔루에서만 2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직도 1000여 구의 신원은 확인하지 못했고 600여명의 실종자는 숨진 것으로 처리했다. 술라웨시섬의 주도(主都)인 팔루는 길이 10㎞, 폭 2㎞의 좁은 만의 끝자락에 위치해 이곳으로 몰린 쓰나미가 6m까지 치솟으면서 도시를 초토화시켜 피해가 가장 컸다.
세계 환경전문가들은 술라웨시섬을 강타한 지진·쓰나미 피해가 커진 원인 중 하나로 ‘사라진 맹그로브 숲’을 지목했다. 해안가에 서식하는 맹그로브 나무는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엉킨 뿌리와 가지들이 쓰나미 파도의 에너지를 흡수해 소멸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다. 때문에 맹그로브 숲이 없는 해안지대는 태풍이 한번 지나갈 때마다 2m 정도씩 토양이 침식된다는 조사 분석도 있다.
해안 방어벽인 맹그로브 숲이 사라지는 가장 큰 이유는 새우 양식이다. 강물과 바다가 만나는 해안가 맹그로브 숲은 천연 영양분이 풍부해 블랙타이거 새우 양식의 최적지로 꼽힌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태국 베트남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 국가에서 수출용 새우양식을 많이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에선 매년 520㎢에 달하는 맹그로브 숲이 사라지고 있고 전체 면적의 절반인 1만8200㎢가 훼손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해 9월 지진·쓰나미 피해가 컸던 팔루시 역시 맹그로브 숲이 대거 파괴된 지역 중 하나다.
전 세계 맹그로브 숲은 15만㎢로 한반도 면적의 3분의2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미 절반이 넘는 맹그로브 숲이 파괴됐다. 현재 추세라면 100년 뒤엔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 있는 멸종위기종이 됐다.
한번 파괴된 맹그로브 숲을 복원하려면 최소 226년이 걸린다고 한다. 유네스코에선 매년 7월 26일을 ‘국제 맹그로브 보존의 날’로 지정하고 맹그로브 숲 복원에 나서고 있다.
삼천리 금수강산이라 불리던 대한민국도 미세먼지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일주일째 계속되는 미세먼지 공포에 짜증을 넘어 분노와 우울, 절망감까지 더해지고 있다. 개발 만능이 빚어낸 인간의 탐욕이 결국 환경 재앙을 자초하고 있다. 맹그로브 숲이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를 절대 잊어선 안된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