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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일제 침략기 군항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한때 요처로 꼽혔던 경남 진해에는 해마다 군항제가 펼쳐지는 이즈음 전국에서 몰려드는 벚꽃 관광객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룬다. 화사한 벚꽃의 정취는 특히 밤에 멋드러진 조명과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그런데 청명을 며칠 앞둔 요즘 날씨는 한마디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절기로는 분명 봄이지만, 봄 같지 않은 추운 날씨다.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등 소위 3김씨가 한 자리에 모였다. 많은 이들은 유신 독재의 총수인 박정희가 불과 몇달전 사라졌기에 이제 곧 민주화가 이뤄지고 김대중 또는 김영삼이 대통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소한 김종필이나 최규하가 상당 기간 끌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3김 회동에서 김종필은 묘한 말을 남겼다. “춘래불사춘이라는 말을 아십니까”아직 봄이 오직 않았다는 의미다. 불길한 예감은 맞아 떨어졌다. 이미 12·12로 실권을 장악한 전두환·노태우·정호용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는 5·18 광주를 통해 역사의 시계바늘을 되돌렸다. 시간이 한참 지난뒤 반추해 보면 ‘춘래불사춘’을 언급했던 김종필의 예감이 적중한 것이다.

역사의 고비고비 마다 확실히 매듭을 짓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만 새 출발이 가능하지만, 결말이 나지 않았을때 비극은 오랫동안 계속되곤 한다. 대표적인게 임진왜란이다. 이 전쟁을 거치면서 명나라가 망해버리면서 청이 새로운 맹주로 떠올랐다. 일본에서도 토요토미 히데요시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도쿠가와 가문에 의한 에도 막부 시대가 펼쳐졌다. 하지만 전장터를 제공하며 숱한 백성이 죽어나간 한반도에선 정작 조선이 망하지 않고 멀쩡히 이어졌다. 어쩌면 조선이 그때 망하지 않고 생불여사(生不如死) 같은 모습으로 살아남은게 큰 저주였음이 훗날 역사는 보여준다.

소위 촛불혁명으로 새 정권이 탄생했으나 요즘 돌아가는 형국을 보면 아직 봄은 오지 않았나보다. 누구보다 법을 지켜야 할 법무부장관 출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진해 바로 옆에 있는 창원에서 프로축구 경기장에 난입, 불법선거운동을 벌였다고 한다. 법을 몰랐다고 하면 그뿐이다. 그런가 하면 정부 여당은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 처신으로 자꾸 민심을 잃고 있다. 민심과 거리가 먼 인사를 하고, 요석인 박영선·김연철 카드를 살리기 위해 폐석인 최정호·조동호를 버렸다는 말도 들린다. 한비자는 일찌감치 비리법권천(非理法權天)이라고 했다. 도리가 아닌 것은 이치를 당하지 못하고, 이치는 법을 당하지 못하고, 법은 권세를 당하지 못하고, 권세는 하늘(=사람)을 당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어떤 권력도 민초의 저변 민심을 이길 수 있다는 오만을 버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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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병기 bkweegh@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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