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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은 사람’ 그 이후

애니메이션 거장 프레데리크 백 감독(1924~2013)은 우리에게 <나무를 심은 사람> 으로 잘 알려져 있다. 프랑스 출신으로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그는 환경운동가로도 이름을 널리 알렸다. 첫 작품 <아브라카다브라> 를 발표하면서 이름을 얻기 시작한 그는 <일루션> <크랙> 등의 작품을 통해 독창적인 세계를 인정받았지만 <나무를 심은 사람> 은 그의 대표작 중에서도 대표작으로 꼽힌다.

그러나 사실 <나무를 심은 사람> 의 원작은 따로 있다. 프랑스 출신 작가 장 지오노의 소설이 그것이다. 한 양치기가 버려진 황무지에 40여 년 동안 도토리를 심어 결국은 생명을 가진 아름다운 숲으로 만들었다는 이 이야기는 다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전 세계 관객들을 만나고 감동시켰다. 주인공 양치기 엘제아르 부피에는 비록 가공인물이었지만 프레데리크 백은 한 사람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폐허의 땅이 생명의 땅으로 바뀌는 감동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었을 것이다.

흥미로운 자료가 있다. 이 애니메이션이 상영된 후 영화가 제작된 캐나다 전역에서 나무 심기 운동이 일어나 2억 5천만 그루의 나무가 심어졌다는 사실이다. 다른 사람을 위해 나무를 심는 주인공의 헌신과 노력이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덕분이다. 인간에 의한 자연 파괴와 환경오염에 비판적이었던 프레데리크 백 또한 나무를 심는 일에 앞장서 수많은 나무를 심었다고 알려져 있다.

<나무를 심은 사람> 은 가공인물의 이야기지만 실제로 자신을 바쳐 나무를 심고 가꾸어 후대에 귀한 선물을 남긴 사람들이 있다. 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귀화해 한국 사람이 된 민병갈(칼 페리스 밀러 1921~2002) 선생도 그 중의 하나다. 그는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선정된 충남 태안의 천리포수목원을 유산으로 남겼다. 일찍부터 식물의 다양성에 눈을 뜬 그는 스스로 나무를 구해 심고 가꾸는 일에 평생을 바쳐 국내에서 가장 많은 식물을 가진 수목원을 만들었다. 덕분에 이곳에서는 봄이면 절정을 이루는 700여종의 목련과 600여종의 호랑가시나무를 비롯해 1만 3천여 종의 온갖 식물들이 계절을 기다려 서로 조화를 이루며 자란다.

1960년대 초반 조성된 천리포 수목원은 10년 전부터서야 일반인들에게 문을 열었다. 기다려 문을 연 이유가 있었을 터다. 그가 남긴 말이 있다. ‘아무리 공을 들여도 나무의 나이테는 일 년에 한 개만 생긴다.’ 그 울림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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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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